과연 휴전선에 베르린 장벽과 같은 콘크리트 장벽이 존재하느냐를
둘러싼 한 소련기자와 한국관리들의논쟁으로 한반도의 분단 국경에서
시도된 글라스노스트(개방)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날 휴전선을 방문한 소련관영 타스통신은 블라디미르 쿠츠코 동경
지국장과 동독관영 ADN통신의 특파원인 라이너 퀼러 기자는 남한쪽에서
휴전선을 취재한 최초의 동구권 기자들이다.
그러나 이날 이루어진 두 기자의 휴전선 방문은 "한국정부가 남북한의
자유로운 통행을 봉쇄하기 위해 휴전선 부근에 어떠한 장벽도 설치하지
않았다"는 한국관리들의 설명에도 불구 지난 2개월에 걸친 다른 외국
기자들의 휴전선 방문처럼 부드럽게 진행되지 못했다.
쿠츠코 지국장은 이날 휴전선의 한 전방 관측소에서 한국 관리들로
부터 콘크리트 장벽에 대한 상세한 브리핑을 듣고 난뒤 "북으로부터의
침략 위협이 정말로 실제적인 것인다", "현재 세계의 분위기는 변화하고
있지 않는가"등의 질문을 던져 한국관리들을 당황케했으며 "한국정부는
이 콘크리트 장벽의 제거에 보다 신경을 써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휴전선 취재 망원경 관찰 거부 ***
이에대해 한국관리들은 "세계는 변했으나 북한은 변하지 않았다"고
응수했다.
쿠츠코 지국장은 이곳을 방문하는 외국손님들에게 하나의 "일상적인
의식"처럼 되어있는 망원경을 통한 북한관찰을 거부해그를 안내한 한국
관리들을 애태웠는데 한국관리들이 관측소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그를
안내하자 "왜 내가 그래야하는가 당신들의 목적을 위해 필요해서인가"
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편 동독 관영 ADN통신의 퀼러 기자는 이날 발언을 자제하면서도
휴전선 장벽이 베를린의 장벽과는 다른 것이라고 말했으나 한반도 문제는
이같은 국경선 문제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