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지나치면 결과에 실망할 여지도 그만큼 많아진다.
엊그제 폐막된 2일간의 미-소몰타 정상회담에 대한 세계의약간 실망섞인
반응도 바로 그런 연유에서다.
세계는 이 회담에 너무 많은 기대를 걸었었다.
이번 회담을 게기로 얄타체제가 말끔하게 청산되고 평화와 협력이 충만된
새로운 세계질서가 개막될 것을 기대했었다.
그런 기대와달리 외교적 수사이외의 어떤 실질적 합의도 없었던 점, 특히
군축문제와 지역분쟁해소등과 관련해서 두 지도자가 이견을 안고 헤어진
사실에 실망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분 이번 회담은 그 성과나 의의에
있어서 세계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역사적 사건이었다고 평가함이 옳다.
흔히 보는 공동성명도, 혹은 그밖에 역사에 기록될만한 그 어떤 선언도
가시적인 문헌으로 남긴것 없이 폐막되었지만 부시 미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 서기장이 공동기자회견을 통해서 밝힌 회담결과 내용만으로도
세계가 바야흐로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확인하기에 충분하다.
44년간 지속되어온 냉전의 벽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기는 어렵다.
화해와 변화를 향한 열기에 녹아 허물어질 시간이 필요하다.
45년 2월 얄타협정으로 세계를 동서로 양분했던 미소는 이제 결자해지의
소임을 실현할 의지를 분명하게 선언하고 나섰으며 이로써 차가운 냉전의
벽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우리의 관심은 의당 한번도문제의 논의내용과 그 전망에 쏠린다.
아직은 논의여부자체도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논의가 있었을
게 틀림없다고 본다.
그리고 그것은 필경 세계질서의 새로운 구도에 맞춰 한반도 긴장완화와
북한의 개방에 긍정적인 내용일 것으로 믿어진다.
몰타정상회담의 보다 상세한 내용은 앞으로 시간을 두고 속속 드러날
것이다.
미-소정상은 어제 브뤼셀과 모스크바로가 우선 북대서양조약기구와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지도자들에게 각기 이번 회담결과를 설명했는데
미국정부는 곧이어 한국과 일본등 아시아우방국가에도 외교경로나 혹은 다른
방법으로 회담결과의 설명과 협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의당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몰타회담결과가 앞으로 세계질서에 과연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는
지금 그 누구도 자신있게 말할 입장이 못된다.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변화의 의미를 냉철하게 읽고 능동적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일 것이다.
노태우대통령의 최근 유럽방문은 그런 맥락에서 의의가 컸다고 할 수
있다.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정부가 준비중"이라는 7.7선언 후속조치의
내용이 과연 어떤 것일지 주목되며 북방정책의 금후 전개내용 또한 관심을
모은다.
평화무드와 군축은 장차 세게경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다.
특히 동구개방은 동서간 경제협력을 촉진함으로써 미국을 비롯한 서구
일본등의 경제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 과실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할 것이다.
세계가 진정 평화를 정착시키고 협력과 공존정신을 바탕으로 공동번영
하기 위해서는 역시 미소의 지도적 역할과 서방선진국의 경제적 지원이
중요할 것이다.
그 점에서 내년 6월의 미소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는 그야말로 크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