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민영아파트 분양가격 결정에 있어 가장 주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 건설부 고시 표준건축비를 아파트 규모와 높이에 따라
평당 최저 98만원에서 최고 113만원으로 차등적용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
됐다.
정부가 지난달 14일 많은 사람들의 에상을 깨고 "느닷없이" 원가운동제에
의한 아파트 분양가 현실화조치를 발표하면서 지난달 20일께 발표하기로
했던 건축비고시 등 후속조치가 2주이상이 경과한 4일에야 나오게 된 것은
그만큼 정부가 여타 물가에의 파급영향과 무주택서민, 주택건설업계 및
재야단체 등의 무서운 눈초리를 의식, 신중에 신중을 기한 탓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4일 발표한 표준건축비는 결론적으로 말해 정부가 주장하듯
"주택의 고급화보다는 주택공급물량 확대를 통한 가격안정과 입주자 부담
증가의 최소화에 촛점을 맞춘 선택"이라기 보다는 그간 건축비의 완전한
현실화를 강력히 주장해온 업계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한 "건설업자 위주의
정책 선택"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간 주택사업자협회 등은 정부고시 표준건축비가 적어도 평당 125만3,000
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신문광고 등 여러 채널을 통해 홍보하는가 하면
결의대회까지 가질 정도로 적극적인 홍보/로비활동을 벌여왔었다.
이번에 결정된 건축비의 최고액은 표면적으로는 전용면적 25.7평 (국민주택
규모)이상으로 전체 높이 16층 이상의 아파트의 경우 113만원으로 고시됐다.
그러나 건설부는 이번에 새로 옵션(선택사양)제도를 도입, 전용면적
18평초과 아파트의 경우 표준건축비의 7%이내에서 건축비를 가산할 수
있는 규정을 넣으로써 사실상 건축비는 평당 최고 120만9,100원에 이르게
됐으며 이 금액은 업계가 그간 요구해온 125만3,000원과 비교할 때 불과
4만3,900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만약 이달말 분양되는 분당 시범단지 1차 분양분 아파트에 이 수치를
대입할 경우 초고층의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격은 용적률을 감안한 평당
택지비 56만5,000원에 건축비 120만9,100원을 더한 177만4,100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분양가는 원가연동제 실시전의 행정지도가격 평당
34만원에 비해서는 32.4%나 인상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건설부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표준가격비를 결정하는데 있어 정부는
<>1안 현재 주택공사가 건설하고 있는 주택의 비건축비 <>2안 제1안에
민간에서 통상적으로 시공하는 내장마감재 품목을 추가하 것 <>3안
제2안에서 내장마감재의 품질을 상향조정한 것등 3개안을 마련, 검토
작업을 벌여왔다.
1안의 경우는 건축비가 25.7평이하 아파트중 전체 높이 15층 이상과
16층이하, 25.7평초과 아파트중 15층이하와 16층 이상 등 4개 파트로
나누어 94만1,000원에서 109만7,000원, 2안은 98만1,000원에서 113만3,000원,
3안은 106만3,000원에서 121만 9,000원으로 산정됐다.
정부는 이러한 안들을 모두 검토한 결과 "현 단계에서는 주택의 고급화
보다는 공급물량 확대를 통한 주택가격의 안정과 입주자 부담 증가의
최소화가 급선무이며 주택의 과소비를 자제하고 사업자의 실비와 적정이윤을
보장해야 한다"는 대원칙아래 제2안을 채택하게 되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권녕옥건설부장관이 불과 며칠전까지만 해도 주택업자들이
요구하는 125만원선을 "턱도 없는 것"으로 일축하는 등 업자들이 요구하는
선과는 상당한 거리를 둘듯한 인상을 풍겨왔던 건설부가 왜 이렇게까지
높은 수준에서 건축비를 결정 했느냐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당초 3일 하오 건설부에서 기자들에게 건축비 결정사실을
브리핑하려던 계획이 노태우대통령를 수행, 대불산업기지 기공식에 참석
중이던 권장관의 다급한 전화통고에 의해 갑자기 취소되고 하루가
지난후에야 건축비가 발표된 것으로 미루어 청와대쪽에서 건축비 문제와
관련, "모종의 지시"를 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건축비가 싼 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이번 건축비
결정으로 앞으로 보다 양질의 아파트가 공급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긍정적 견해를 피력하고 있어 이번 후속조치가 단기적으로는 물가나
서민들의 부담문제에 있어 악영향을 미친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주택가격 안정 및 투기 진정에 보탬이 될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정부는 지난 82년이후 특히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건축비가 크게
상승했으나 8년이 경과한 지금까지 주택분양가를 평당 134만원 이하로
동결함으로써 주택건설업자들이 채산성악화를 이유로 주택건설을 기피,
주택공금 부진을 초래하는 등 폐해도 많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이번
분양가 현실화조치로 앞으로는 주택공급물량이 크게 늘어 200만호
주택건설이 보다 원활히 추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건축비의 7%이내에서 옵션제도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업자들의
입장을 반영해 준 것이 아니냐는 일부 비난에 대해 정부는 주택자재산업의
육성과 주택시장의 자율화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서 앞으로
문제점을 보완해 나갈 방침임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 또 채권입찰제를 도입하면서 입주자의 부담을 줄이고
여타 물가에의 악영향 등을 고려, 입찰상한액을 설정할 수 있도록 했는데
상한액을 인근에 있는 같은 규모의 기존 주택의 시장가격과 분양가격간의
차액의 70%를 기준으로 설정 하도록 했는데 현실적으로 "인근 주택의
시장가격"을 어떤 방식으로 산정하는냐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상당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는 분당 시범단지의 경우 인근
주택의 시장가격이 서울지역 아파트가격보다는 상당히 낮기 때문에
자연히 채권입찰상한액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한 문제점들이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