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과소비 풍조가 외국언론에 의해 잇따라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추격"을 내세우며 줄곧 엄살을 떨어온 일본 언론계에서 조차
"아시아 신흥공업국가군(NIES) 은 이제 무섭지 않다" 는 진단을 내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사히 신문이 발행하는 유력 주간지 아에라는 26일 발매된 최신호
(10월3일자)에서 "얼마전까지만 해도 NIES 가 일본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였으나 요즘은 상황이 일본, 일본의 경우 NIES 제품
수입붐이 완전히 식어버렸으며 이제 싸다는 이유만으로는 아무도 NIES
상품을 돌아보지 않게 됐다" 고 말했다.
아에라는 "NIES는 더이상 무섭지 않다" 는 제목의 권두특집에서 "한국은
으원화 평가절상과 높은 임금인상에 시달리고 있으며 홍콩은 중국사태에 따른
정세불안으로 인재 유출이 끊이지 않는등 NIES 각국이 스스로의 문제로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고 말했다.
*** 다음은 기사의 요지이다 ***
1년전 여름 중년 남자 4명이 일본 중부의 휴양지 가루이자와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90년전 일본에서 처음 선풍기를 개발한 도시바 전기의 선풍기 담당직원이
이들은 풍속계로 바람의 속도와 움직임, 방향등을 측정하고 있었다.
재래식 선풍기로는 한국과 대만제품을 당할수 없어 고원지대의 불규칙한
자연의 바람을 선풍기로 재현하기 위한 연구를 하는 중이었다.
이들의 선견지명은 적중, 대당 1만4,000엔자리 신제품 선풍기의 올해 판매
목표량 8만대를 거뜬히 팔아치웠다.
반면 84년에 5,000엔의 싼값으로 등장했던 NIES 제 선풍기는 87년 85만대
판매를 피크로 올해는 70만대로 크게 줄어들 전망.
도시바의 담당자는 "바람만 나오면 된다는 식으로 해서는 안된다" 면서
"NIES 제품은 이미 피크를 지났다. 대부분의 유통업자는 이제 더이상
NIES 제품을 취급하지 않으려 한다" 고 잘라 말했다.
NIES 제품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85년 9월 달러화 평가절화와
엔화절상등 통화조정이 계기.
평가절상으로 턱없이 비싸진 일본상품에 비해 가격이 크게 싼데다 지난해
서울 올림픽붐도 한몫 거들어 NIES 박차가 가해졌다.
지난해 3월 나고야에서 문을 연 ''월드 워치만" 을 비롯 NIES 제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상점도 잇따라 생겨났다.
7월 도쿄 고단다에서 문을 연 인빅스도 그중하나.
인빅스 사장은 개업처 "3년 후에는 치인점을 50개로 늘리고 매상고도
300억엔으로 높일 작정" 이라며 사뭇 자신만만해 했다.
그러나 인빅스 상표로 NIES 국가에서 주문 생산한 가전제품과 기타 NIES
제품은 금방 재고가 쌓여 10월에는 사장이 바뀌었으며 금년 2월 결산에서는
매상고 30억엔에 약간의 적자를 내고 말았다.
내년 결산때는 재고를 처분, 최소한 손익분기점이라도 유지하는 것이
당면목표.
전국 13개 점포에 도매를 하고 있지만 체인점은 하나도 없다.
전기제품 전문상가 아키하바라에서 NIES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의 한
간부는 NIES 제품의 고장률은 일본제품의 3배나 되는 것도 있다면서 "NIES
제품을 취급하면 국내 메이커의 미움을 살 우려도 있고 해서 아카하바라에서
는 이제 취급할 수 없다" 고 말했다.
유통업계가 NIES 제품을 외면하기 시작한 이유를 세이부 백하점 상품사업
본부장 지쿠도시오씨는 "NIES 전략 미스" 때문인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그는 7년전 자신이 3차례나 한국을 드나들면서 금성과 삼성등 대기업에
한국제 VTR 을 일본인용으로 개조해주도록 부탁했다 "연간 1만대 정도
치워준다면 모르지만 그이하라면 응할수 없다" 며 거절당했던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지쿠씨는 당시에는 대미수출이 호조인데다 일본에서도 붐이 일기시작,
한국 메이커가 배짱을 부릴만도 했지만" 값이 싸다는 점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고급품을 들고 들어왔더라면 인기가 좀더 계속됐을것 " 이라며
아쉬워 했다.
지쿠씨의 진단대로 단순한 전략 미스라면 전략을 고치기만 하면 되지만
NIES 제품의 매력이 었던 저렴한 가격을 지탱해 왔던 기반 자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는데서 문제는 심각하다.
한국 원화와 대만달러화는 87년 2월이래 줄곧 절상돼 왔으며 한국의
경우 정치민주화와 함께 임금이 매년 두자리 숫자로 올라 국제경쟁력이
저하되고 이에따라 성장의 견인차였던 수출이 정체, 실질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악순화에 빠져있다.
실제로 일본 유수의 슈퍼체인 다이에이에서는 요즘 2시간짜리 한국제
VTR 테이프가 일본제와 같은 500엔에 팔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