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목적으로 이달안에 설치키로 한 국민
임금위원회가 설립단계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 노-사-정 연석회의 불발...원점서 맴돌아 ****
6.19종합대책으로 임금위설립방안을 발표한지 두달이 돼가도록 이 기구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해 단 한차례의 노-사-정 연석회의도
열지 못한채 원점을 맴돌고 있다.
정부는 이로인해 이 위원회의 소속(대통령 또는 부총리직속), 형태(법정
기관 또는 자문기구), 기능(근로자복지시책병행 취급), 권한(강제구속력부여)
등에 따라 여러가지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으나 기본적인 골격과 성격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 노사단체 참여 거부 ****
이 위원회에서 주역을 맡아야할 노총과 경총등 노사단체들이 "임금 인상의
틀"을 정형화시킬때의 또다른 부작용을 우려, 참여를 거부하거나 부분적인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학계에서까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상당기간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 노총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노동장관이 노총위원장과 오찬을
갖는등 설득작전을 폈으나 여전히 참여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고수, 조만간
조순부총리가 직접 면담에 나서기로 했다.
**** "공연한 불씨 자초" 소극적...경총 ****
사용자측인 경총은 표면적으로는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일부기업들
중에는 "공연한 불씨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노총의 경우 최저생계비도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생산성임금론을 거론
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임금을 생산성수준으로 통제할 경우 근로자가 피해를 감수할수 밖에
없어 소득불균형의 폭이 더 커질수 밖에 없다고 지적, "절대참여하지 않겠다"
고 잘라 말하고 있다.
**** "근로자에 불리기구" 불참...노총 ****
또 지나친 노사분규의 폐해를 근로자들도 인식해 서서히 노사협상관행이
정착돼 가는 마당에 자율교섭의 원칙을 무시하고 정부가 범국민적인 기구를
앞세워 노사문제에 노골적으로 개입할 경우 임금문제가 경제차원을 넘어
정치, 사회문제로 번질것이라고 주장, "국민임금위원회는 백해무익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이는 국민임금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이 노총의 "선명성"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역업종별노조 전국회의등 노총의 실체를 부정하는 제도권밖의 노동단체들
이 민주노총임을 자처하는 상황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임금인상을 규제하는데
앞장설 경우 노총의 지도력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이에비해 경총측은 아시아지역의 임금정책을 파악하기 위해 현지조사단을
파견하는등 표면상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견도 없지 않다.
강제적 구속력을 갖지 못하는 임금가이드라인을 요구할 경우 근로자측은
또다시 대정부투쟁까지 벌여 결과적으로 노사분규를 장기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문경영인들의 경우 자신이 국민임금위원회에 참여할 경우 노조의
"표적"이 돼 노사분규의 불씨를 자초하는 꼴이 될 것으로 판단, 달갑지
않다는 자세다.
**** 학계서도 분배 왜곡 오히려 소득구조 악화 우려 ****
학계에서도 실효성을 보완시키는 대책이 뒤따르지 않는한 임금위는 기구가
하나 늘어나는데 그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임금의 일률적인 통제는 자원배분을 왜곡시키고 오히려 소득구조를 악화
시킬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고기술의 성장산업등을 확보해야 하는데 오히려 신규채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며 노사분규를 우려한 기업들이 스스로 예외인정을 요구할 경우
이를 막을 도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의 가이드포스트정책(65년), 임금물가동결(73년), 임금/물가안정
회의구성(79년), 영국의 임금/물가위 구성(72년), 이탈리아 임금/물가연동제
(83년)등도 1-2년을 못넘기고 모두 후퇴되거나 폐지시킨 예를 들고 있다.
다만 싱가포르의 국가임금위원회(NWC. 72년 설치)만이 제기능을 하고
있으나 싱가포르는 경제여건이 우리나라와는 비교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
하고 있다.
경제뿐 아니라 정치/사회 각방면에 통제체제가 형성돼 있는데다 고용상태가
안전고용에 가까워 가이드라인이 효과를 거둘수 있었다는 것이다.
**** 근로자복지정책등도 함께 다루어야 ****
이와함께 임금위원회에서 임금통제만을 전담할 경우 근로자의 반발이
불가피한 점을 감안, 주택 의료 보건 산재보호 연금등 근로자복지정책과
생산성배가시책의 입안 및 추진도 함께 다루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임금수준결정에 생산성뿐만 아니라 기업이 이윤을 많이 냈을땐 임금
으로 환원토록 하는 기준도 함께 세우지 않으면 근로자의 자발적인 수용은
불가능하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 안거쳐 발생 ****
지나친 임금인상이 저성장과 고물가로 이어지고 이 악순환의 고리를 단절
해야 한다는데 어느정도의 공감대가 이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국민임금위 설립계획이 구성단계에서부터 벽에 부딪친 것은
충분한 여론수렴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