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통상협상에서 농산물분야까지 마지막 순간에 타결이 이루어진 사실은
우선 환영할 일로 여겨진다.
그 결과 우리는 곧있을 미국의 포괄적 "우선협상대상국"지정조치에서
제외됨은 물론 엊그제까지도 지정이 우려되었던 농산물분야의 "우선협상
관행국"마저 모면하게 되었다.
세칭슈퍼 301조 규정에 의한 무차별보복위험만은 당분간 염려를 안해도
되게 되었다.
정부관계당국과 협상대표들의 노고를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걱정이 많다.
사실 문제가 해결된게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해야한다.
협상타결을 위해 우리는 적지않은 양보를 해야했으며 이제 그 충격을
견디고 극복해야 할 짐을 지게되었다.
앞서 타결을 본 특별법상의 수입제한해베및 투자제한완화조치를 계기로
의약품과 화장품 그리고 광고/여행알선업등 각종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이
입게될 개방의 시련과 충격도 걱정이지만 농산물분야의 그것은 특히 심각할
것같다.
협상이란게 원래 흥정을 통해서 서로 주고 받는 것이지만 이번 협상은
우리가 명분을 얻은 대신 미국에 실리를 안겨준 내용이었다.
농산물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정부가 4.8개방예시품목을 고수하고 미측의 품목추가요구를 끝까지 묵살한
것은 평가할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내년이후의 개방일정을 일괄 6개월씩 앞당겨 내년 1월1일부터 완전
개방키로 한것과 금년 9월부터 오렌지주스혼합비율을 철폐키로 한것등은
파격적인 양보였다.
예시품목의 개방을 끝내기도 전에 92년이후 개방예정품목을 놓고 또
협상하게 될게 틀림없고 그때가서 어차피 개방할거라면 전면적인 일정
단축보다는 차라리 이번에 몇개 품목을 추가하는 쪽이 나았을지 모른다.
정부가 과연 냉철하게 손익계산을 해보왔는지 의심스럽다.
아무튼 일단 결론을 본이상 이젠 대응책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우선 농산물분야와 관련해서 정부는 기왕에 발표한 보상대책을 서둘러
실행에 옮겨야 한다.
5,000억원을 차액보상, 생산및 구조조정/작목전환지원금으로 약속한바
있으나 과연 충분한지 재점검하고 필요하면 증액도 해야할 것이다.
다음은 6월하순의 GATT(무역관세 일반협상) 회의대책이다.
더이상 국제수지적자를 구실로 수입을 제한하기는 어렵게된만큼 대미개방
내용정도에서 회원국들을 승복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끝으로 통신/지적소유권/환율등 아직 남은 대미통상준비에 소홀함이
없어야할 것이다.
요컨대 명분보다 실리를 구하고 개방충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 천안문의 민주함성 ***
등소평의 중국이 비틀거리고 있다.
78년 4개현대화노선을 내걸고 경제성장을 독려해온 등의 개혁은 이번
천안문시위로 전해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급속한 경제개발이 개발인플레를 불러오고 이에 대항해서 지난 2년여
긴축정책을 폈으나 이 긴축이 다시 대량실업을 초래해 사회안정을 위협하게
됐다는, 표면상으로는 개발도상국에 흔히 있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그것이 사회주의 중국에게는 간단치 않다.
학생뿐만 아니라 지난며칠 시위가 절정에 달했을때는 기간산업노동자들이
어 많이 처여, 총파업을 방불케함으로써 이번 천안문사태는 외국언론의
표현대로 전국민운동이었다.
한마디로 중국국민은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혁명이래 한나라의 근대화는 어김없이 격심한 정치 사회적 변화를
수반해왔다.
중국과 소련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 것이다.
더구나 공산당 일당독재체제아래서 관료적명령체계로 개혁을 관리한다는
것이 무리라는 점은 85년 고르바초프가 페레스트로이카를 추진하면서
정치개혁부터 손을 대지않을수 없었던 데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11억 인구에 4,800만이 당원인 통제국가에서 권력엘리트들은 국가의
우선순위가 경제로 집중되자 온통 물질만능주의에 휩쓸렸다.
부정부패가 중국전역에 만연하지 않을수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다.
더구나 개방사회가 되면서 대만이나 한국과 비교되고 고르바초프의
북경방문이 "정채개혁의 상징으로 받아 들여지면서 언론 집회의 자유등
기본적인 민주주의의 자가가치가 나돌고 있지만 조자양총서기의 말대로
중국의 경제개혁은 정치제도의 민주적개혁없이는 기능하지 못할
단계에 왔다.
물리적인 힘으로 사태를 유예할수 있을지 몰라도 방향은 이미 정해진
것이다.
이미 10년이 진행된 중국의 경제개혁은 다시 사회주의 통제경제로
돌아갈수없다.
불회귀점을 통과한 것이다.
지난 86년 호요방총서기는 학생들의 민주화요구의 희생이 되었다.
비록 계염령까지 선포되어 당분간 강경대처가 따르더라도 길게는
전국민적인 뒷받침이있기 때문에 이번 천안문사태가 86년의 전철을
그대로 밝으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오는 8월이면 85세를 맞는 등소평이 역사의 전면에서 퇴진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요즘 중국에서는 투석간로라는 말이 유행이다.
암중모속에 시행착오가 거듭되겠지만 중국문화계의 노대가 파금의 말처럼
중국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그나라의 젊은속에서 희망을 찾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