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지흑자 확대추세에 따라 국내금융기관 해외 현지법인들은 종전의
자금조달기능에서 탈피, 후발개도국에 대한 차관공여자로 바뀌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우리나라가 내년중에 순채권국으로 전환되고 외환집중제가
완화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4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제수지흑자로 외화자산이 늘어남에 따라 홍콩, 싱
기포르등지에 진출해 있는 현지법인들은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후
발개도국에 대한 자금공급을 늘리고 있다.
이는 현지에서 조성된 자금의 대부분을 국내기업 또는 현지진출 한국계기
업에 대한 금융지원에 그쳤던 현지 법인의 기능이 크게 바뀌고 있는 것으로
이를 계기로 아시아금융시장에서 한국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6개의 해외현지법인을 보유, 국제금융업무가 가장 활발한 외환은행은 87
년까지만 해도 현지법인에서 조성된 자금을 전액 한국기업에 대출했으나 올
해들어서는 동남아국가기업들에 직접 대출하거나 이들정부가 발행하는 채권
매입등으로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홍콩현지법인의 경우 10월말 현재 총자산 4억달러 가운데 20%에 달하는 8
천만달러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등 주변국가에 공급했다.
또 산업은행 홍콩현지법인도 최근들어 현지 신디케이트(차관단)에 참여하
는등 동남아지역에서의 자금공급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산은 현지법인은 지난 상반기까지만 해도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국가
를 대상으로 한 신디케이트에만 참여했으나 최근에는 뉴질랜드 호주등에 대
한 채권단에게까지 참여하고 있다.
금융계는 국내외화자산이 늘어남에 따라 한국의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역할
이 바뀔 것으로 보고 해외현지법인을 통한 차관공여가 점차 늘어날 것에 대
비, 현지법인을 늘리고 있다.
외환은행이 지난 1일부터 유럽금융중심지인 런던에 "수은아주금융유한공
사"를 설립, 영업을 시작했다.
금융계는 그러나 현행외환관리규정상 국내에 조성된 외화자산을 자유롭게
해외에서 운용할 수 없어 국제금융시장에서의 한국의 역할이 제약받고 있다
고 지적, 외환집중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