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전반적인 긴장완화 무드에 편승해 오랫동안 불화를 지속
해온 소련, 인도와 고위급회담을 갖는가 하면 과거의 적대국인 한국과도
관계를 트기 시작했다.
소련, 인도와 관계정상화회담을 수년째 끌어온 중국은 외교부장 전기
심을 소련에 보내고 라지브 간디 인도총리의 북경방문을 연말까지 실현
시킬 계획이다.
주은래가 당시 외교부장으로 56년 소련을 방문한 이래 중국외교부장으
로선 처음이될 전의 소련방문은 60년대 흐루시초프 모택동간의 이념분쟁
과 국경충돌까지 이른 양국 관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게 될 전망이다.
고 인디라 간디 인도총리의 친소정책, 인-파키스탄 국경분쟁과 중국의
친파키스탄 정책등으로 불화관계를 지속해 60년 주은래총리의 인도방문
과 고 자와할랄 네루 인도총리의 중국방문을 끝으로 상호 수뇌급의 방문
길이 막혔던 두나라는 간디총리의 방문으로 새로운 외교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할 움직임이다.
인접국들과의 관계정상화를 모색중인 중국이 50년대 한국전쟁때 인해
전술로 일컫는 대규모 병력을 투입, 피아간에 수많은 사상자를 내면서
싸웠던 문자그대로의 적대국인 한국과도 새로운 관계수립을 도모하고 있
는 것은 그야말로 세월의 흐름을 실감케 하는 일이 아닐수 없다.
한-중 양국간의 금년도 교역액은 직-간접교역을 합쳐 3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며 양국은 서해를 사이에 두고 한국과 마주하고 있는 산동성에다
무역사무소를 개설키로 상호합의했었다.
한국자동차-전자업체들이 중국땅에다 투자를 해 공장을 지을 계획이고
지금까지 금단의 구역이 됐던 중국본토에 한국인 관광단이 오면 이를 환
영할 것이라는 것이 중국의 자세이다.
중국은 한국동란때 혈맹관계로 함께 싸웠던 북한과는 정치적으로 여전
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까운 장래에 한국과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맺을것 같지 않다는 것이 대부분의 관측통들이 보는 견해이
다.
전은 최근 한 회견에서 중국이 한국과 무역교류를 하는 것은 중국측이
서해안지역을 개방한데 따른 자연스런 현상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외국의 투자와 기술로 경제성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낙
후되어 있는 북한의 경제가 별로 도움이 될수 없다.
중국이 인접국들에게 화해 제스처를 취한것은 새로운 일이다.
등소평은 10여년전 실권을 장악하면서 중국 최대목표인 경제발전을 기
하기 위해선 인접국들과 화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실제로 81년에 인
도와 국경회담을 시작했으며 82년에는 소련과 정치관계정상화회담을 시
작했다.
그러나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던 이들 회담이 활기를 되찾고 "대결대신
대화가 제자리를 찾았고 국제분쟁의 평화적해결경향이 날로 성숙하고 있
다"는 전의 최근 유엔총회연설처럼 근래들어 중국의 외교정책에 보다 많
은 유연성이 생기게 된데는 미-소군축협정체결, 아프가니스탄 내전과 페
르시아만전쟁의 마무리국면 돌입, 앙골라, 캄푸치아문제등 세계분쟁지역
의 평화적 해결전망 고조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총리 이붕을 비롯한 보다 젊은 세대들이 등장, 명분과 원칙만
을 고집해 온 지금까지의 딱딱한 당관료들과 달리 외교정책을 현실에 맞
게 신축성 있게 운영해 나가는데서도 대인접국 화해추구 외교가 힘을 얻
게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용주의 지도층의 대표로 지목되고 있는 이는 최근 중-소 양국은 총
7,000km의 국경선을 나누고 있음을 강조한뒤 "우리는 평화적분위기속에
서 조국의 현대화를 이룩해야하므로 양국관계의 긴장은 우리에게 이롭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