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멀티모달 AI의 일자리 침공

최진석 실리콘밸리 특파원
“어떤 사람에겐 ‘데이터 입력’이 업무의 전부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더버지는 지난 22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빌드’ 행사에서 언급된 인공지능(AI)의 일자리 대체 문제에 대해 이같이 보도했다. MS가 이날 사무용 AI 비서인 ‘코파일럿 AI 에이전트’를 소개하며 ‘직원 업무의 일부분만 대신할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하자 반론을 제기한 것이다. 생성형 AI를 장착한 코파일럿 AI 에이전트는 알아서 이메일을 모니터링하고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와 연락처도 취합해준다. 회의 내용 기록과 요약은 기본이다. AI가 텍스트는 물론 이미지와 영상까지 처리하는 멀티모달로 진화하면서 ‘또 한 명의 직원’으로 거듭난 것이다.

줄 잇는 빅테크 직원 해고

오픈AI와 구글, MS가 이달 내놓은 새로운 AI 기술을 관통하는 단어는 ‘멀티모달 고도화’였다. 13일 발표한 새로운 AI 모델 ‘GPT-4o’와 구글이 다음 날 공개한 ‘프로젝트 아스트라’는 마치 휴대폰 너머에 있는 사람과 영상통화하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는 사용자에게 심호흡시키고,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며, 잃어버린 안경의 위치도 알려줬다. 오픈AI와 동맹관계인 MS는 GPT-4o를 재빨리 애저 클라우드 등 자사 생태계에 적용했다. 기업이 이를 활용해 업무 생산성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도록 했다.

똑똑해진 AI는 인간을 직장에서 밀어내고 있다. 구글은 올해 초 유튜브 운영 및 크리에이터 관리 담당 직원 100여 명을 해고했다. 유튜브의 생성 AI 기반 광고 플랫폼 ‘퍼포먼스 맥스’에서 고객사가 클릭 몇 번만으로 맞춤형 광고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IBM도 지난 3월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부서 인력 축소안을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이 회사는 앞으로 8000명의 인력을 채용하지 않는 대신 AI 기술을 활용할 방침이다. 세계 주요 테크 기업의 해고 현황을 추적하는 ‘레이오프스’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302개 기술 기업이 8만9105명을 해고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생성 AI로 인해 10년 내 3억 개의 일자리가 증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를 알아야 생존

전방위적인 AI의 일자리 침공에 맞서려면 AI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AI를 다룰 줄 아는 인력에 대한 수요는 높기 때문이다. 코딩과 창의력 계발을 필수 교육과정에 편입하고, 경력 전환을 원하는 직장인에 대한 AI 재교육 인프라도 확대해야 한다. 실제로 LG전자는 지난해부터 직원 중 희망자에게 소프트웨어 개발 직무 전환 교육을 제공하는 ‘SW 리스킬링 프로그램’을 운영해 효과를 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1일 AI 역량 강화 과제로 ‘인적 투자’를 첫손에 꼽으며 대학 등에서 AI 교육을 대중화할 수 있도록 4억유로(약 60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AI 교육 인력을 연간 4만 명에서 10만 명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AI 선진국을 꿈꾸는 한국의 정부와 기업도 AI 인력 강화에 팔을 걷어야 한다. AI 인재 육성은 물론 기존 인력의 AI 인재화를 위한 정책 지원과 교육 프로그램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인간의 일자리를 AI로부터 지킬 수 있는 생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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