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분에 5000원이었는데…"당황스럽다" 서민 음식의 배신

냉삼 가격 폭등에 서민들 '당황'

고물가+뉴트로에 냉삼 인기 고공행진
최근 가격 상승으로 서민들 부담 상승
생삼겹보다 저렴해서 즐겨 먹었는데 이젠 냉삼 먹기도 부담돼요."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주문한 냉동 삼겹살 /사진=성진우 기자
고물가 국면에 '뉴트로'(신복고) 열풍까지 더해지면서 학생과 서민층을 중심으로 냉동삼겹살의 인기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품질 개선, 수요 증가 등 이유로 전반적으로 가격이 오르면서 서민층의 육류 소비가 부담스러워지는 모양새다.

'고물가+뉴트로'에 인기 폭발

'냉동삼겹살' 소셜 언급량. 고물가 국면에 '뉴르토' 열풍까지 더해지면서 2022년 이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프=신현보 기자
27일 소셜 빅데이터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4월 '냉동삼겹살' 언급량[블로그·인스타그램·X(구 트위터) 총합]은 1만2233건에 달했다. 이는 2년 전 동월 대비 196.3% 증가한 수치다.

2022년 4월 전까지는 월간 2000건에서 많아야 5000건대에서 움직이던 이 지표는 2022년 5월에 8274건을 기록한 후 최근 1만건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2022년 5월은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5%대 증가해 10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본격적인 고물가 국면이 시작된 시기다.최근 X에서는 냉동삼겹살 언급량이 현저하게 줄고 있으나, 여전히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냉동삼겹살 인기는 뜨겁다. 지난 4월 냉동삼겹살 인스타그램 언급량은 4224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더 세련되고, 편리한 것에 익숙한 최근 2030세대 소비층은 오히려 투박한 것에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을 두고 '뉴트로'라고 부른다. 냉동 삼겹살도 이에 해당한다"며 "생삼겹살보다 더 저렴한 가격은 물론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고자 하는 소비 성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서민 음식이라 부르기 애매해진 가격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주문한 냉동 삽겹살 / 사진=성진우 기자
소비자들은 최근 냉동삼겹살 가격에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만원 언저리 '싼 맛'에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었던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었는데, 이제는 웬만한 가게에서 1만원 중반대에서 판매하면서 서민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 돼가고 있다.

여의도 한 돼지고기 전문점에서 만난 오모씨(51)는 "그냥 술안주로 간단하게 먹기엔 좋다. 옛날 노래도 틀어주는 분위기 속에 회사 동료와 옛날 얘기하기 좋아서 가끔 온다"면서도 "최근에는 과거와 달리 국내산을 취급한다 해도 비싸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돼지고깃집에서 만난 임희수씨(27)는 "어렸을 때는 1인분에 5000원 내외였는데, 아무리 시대도 품질도 변했다지만 본래 냉동 고기는 저렴하단 인식이 있다"면서 "반찬도 다양하게 나오고 구성이 알차긴 하지만 가격만 놓고 보면 부담되는 가격은 맞다"고 설명했다.실제 기자가 찾은 삼겹살 가게 중 상당수는 냉동삼겹살과 생삼겹살의 가격 차이가 1000~2000원에 그쳤다.

물가 상승에 곤욕스러워진 점주들

물가 상승에 압박이 커지는 것은 점주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냉동삼겹살 가격 상승 뒤에는 품질 고급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인한 인기 상승, 프랜차이즈화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육류업계 종사자는 "옛날 냉동삼겹살 집들은 보통 수입산을 썼지만 이제는 국내산이든 수입산이든 냉동삼겹살과 생삼겹살과 도매가가 차이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여의도에서 4년째 돼지고기구이집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몇 년전부터 대형 프랜차이즈가 시장에 뛰어들면서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라간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 같은 비프랜차이즈업체는 유통 구조상 규모의 경제에 있어서 운영이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고, 최근 소비자들도 비싸다고 느끼면서 지금은 2년 전과 비교해 매출이 반토막 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인건비와 자잿값 등 물가 상승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덕래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사무국장은 "인건비, 월세, 재룟값이 올라가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신현보/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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