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사러 갔다 200만원 날벼락"…명동 강매 단속 갔더니 [현장+]

명동 '화장품 강매' 서울시와 단속 동행
"점원이 화장품을 사라고 계속해서 강요했어요. 나가려고 하니 저를 붙잡고 못 나가게 하고…" (20대 일본인 관광객 A씨)

27일 오후 1시께 서울 명동거리. 곳곳의 화장품 가게들에선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호객 행위가 이어졌다. ‘니하오’ ‘신짜오’ 등 인사를 외치는 소리가 거리 곳곳에 퍼졌고, 일부 가게에선 구매를 강요하는 듯한 승강이도 벌어졌다.

최근 명동 일대 이 같은 화장품 강매 행위가 기승을 부리자 서울시는 경찰과 함께 관광특구 내 화장품 판매업소 단속에 나섰다.
서울시, 중구의 직원과 경찰이 이날 명동거리 내 25곳의 화장품 가게를 대상으로 단속을 진행했다. 사진은 가격이 제대로 표기되지 않은 상품을 점검하는 모습. / 사진=안정훈 기자
이날 서울시는 오후 2시부터 오후 6시까지 명동관광특구 내 25개 화장품 판매업소를 대상으로 긴급 점검을 했다. 여기엔 태국인 관광객에게 '200만원치 화장품 강매'를 했던 명동 B 화장품 가게가 포함됐다.

▶본지 5월 22일자 지면 A25 참조

서울시와 자치구는 행정 처분 대상인 가격표시제를 점검하고, 경찰은 강매나 호객행위 등 경범죄처벌법상 위반 사항을 중심으로 단속을 실시했다. 현행법상 물품강매나 호객행위는 물건의 구매를 권유하는 정도가 지나쳐서 강요에 이르는 행위로, 이는 경범죄처벌법 제3조 위반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요청하지 않은 물품을 억지로 사라고 하는 상인이나 여러 사람이 모이거나 다니는 곳에 영업을 목적으로 떠들썩하게 손님을 부르는 상인이 단속 대상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시 관광정책과·보건의료정책과 직원과 중구 의약과 직원은 명동 거리 내 위치한 화장품 가게에 들어가 상품의 가격이 제대로 표기가 돼 있는지 확인한 뒤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단속 과정에서 단속 대원들과 업체 간에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태국인 관광객에게 200만원어치의 화장품을 강매했다는 의혹을 받는 B 상점 사장은 기자와 단속을 나온 시청 관계자에게 "사진 찍지 말라", "이날 단속으로 매출에 영향이 있으니 이에 대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식으로 한동안 점검을 거부했다.서울시는 B 업체가 진열하며 판매하고 있는 상품 중 가격 표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품들에 대한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추후 재점검을 통해 가격 표시가 고쳐지지 않으면 행정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강매 행위를 하다 적발된 업체는 없었다. 다만 거리 곳곳에선 마스크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들이밀며 가게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호객행위는 계속됐다. 외국인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거부했지만, 상품을 들이밀며 따라가는 상인들도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강제적으로 손님을 가게 안으로 들여보내는 등 행위가 있는 경우 경범죄처벌법 상 과태료 8만원을 현장에서 부과하고 있다"면서도 "물품을 건네는 등의 행위는 호객행위로 볼순 있지만 처벌 대상으로 보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오는 29일까지 3일간 명동 일대를 집중적으로 단속한다는 계획이다. 단속 대상은 명동 특구 내 화장품 가게 75곳이다.

한편, 최근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관련 신고는 급증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외국인의 쇼핑 관련 신고 건수는 총 192건으로 2022년 22건 대비 여덟 배 이상 늘었다. 신고 내용은 △환불 및 교환 △가격 시비 △부가세 환급 불편 등의 순이다.
북적이는 명동거리의 모습. 코로나 엔데믹 여파로 방한 외국인이 늘자 명동거리도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사진=안정훈 기자
외국인 친화적인 서울시의 정책들이 자리 잡기 위해선 강매나 바가지와 같은 기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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