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거래소' 이름 믿고 샀는데…실버바 배송·환불 수개월째 '감감'

'거래소' 명칭에 공인기관 착각
"입금해도 상품 안와"…먹튀 의혹
경찰에 신고했더니 "기다려라"
소비자원은 '피해 주의보' 발령
“은 투자는 안전하다고 해서 처음으로 은괴를 사봤는데, 이 나이에 이런 사기를 당할 줄은 몰랐습니다.”(한국은거래소 피해자 최모씨(63))

지난해 11월 온라인 사이트 한국은거래소에서 1㎏짜리 은괴 두 개를 227만8000원에 구매한 최씨는 7개월째 상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업체에 환불을 요구했지만 “환불 건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예정일대로 환불해주겠다”는 업체의 기계적인 답변이 계속됐다. 최씨는 “한국소비자원과 경찰에 신고해도 ‘순차적으로 준다고 했으니 조금 더 기다려보라’고 하는데 이걸 언제까지고 기다리라는 건지 황당하다”고 하소연했다.금괴·은괴 제품을 판매하는 한국은거래소와 관련해 배송 지연 및 연락 두절 등의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한국은거래소의 기업명을 보고 정부 공인 기관으로 착각해 상품을 구매했다가 수개월째 상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원에는 올해 1~4월 28건의 한국은거래소 관련 피해 구제 신청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거래소 관련 신고는 2022년 5건, 2023년 61건으로 매년 느는 추세다. 주요 신고 내용은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 배송 거부, 배송 지연으로 인한 청약 철회 시 환불 거부 등이다.

한국은거래소는 통신판매업 신고 사업자로, 금괴 은괴 등과 귀금속류를 유통·판매하는 인터넷쇼핑몰이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한국은거래소는 공공기관이 아니라 일반 사기업으로 분류돼 있다. 피해자 김모씨(42)는 “‘한국’과 ‘거래소’가 이름에 들어 있어 공인된 기관인 줄 알고 구매했는데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고 했다.금은 고가 제품이라 1인당 피해 규모가 수백만~수천만원에 달한다. 이 업체가 결제 단계에서 소비자에게 무통장입금으로만 거래할 수 있게 한 만큼 피해 구제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은값이 치솟자 업체가 구매자에게 제때 은을 보내지 않아 사기 의혹이 불거진 것으로 분석된다. SI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은 시세는 올해 1월 1일 기준 온스당 23.60달러에서 이날 기준 32.28달러까지 36.7% 뛰었다. 피해를 호소하는 구매자들은 “은값이 떨어지면 보내주고, 은값이 오르는 기간에는 무기한 배송을 지연하는 상술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특별한 사유 없이 계약 이행 또는 환급이 지연된다고 고지하거나, 사업자와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 쇼핑몰 이용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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