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가성비 DNA' 고물가에 빛났다

'2만원 뷔페' 애슐리퀸즈
가족 손님 늘며 매장 급증
1만원대 망고케이크도 인기

슈펜, 반값 워킹화로 시장 공략
하반기엔 초저가 편의점 본격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급 콘텐츠를 절반 가격으로 제공해 고객에게 두 배 가치로 돌려주겠다.”

이랜드 창업자인 박성수 회장이 1980년 회사를 세웠을 때 내건 창업이념이다. 이후 ‘합리적인 가격과 최고의 품질’은 44년간 이랜드를 관통하는 경영철학이 됐다. 이랜드의 ‘가성비 DNA’는 요즘처럼 고물가로 소비가 위축된 시기에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유통·외식업계가 고물가와 소비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랜드는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품질을 내세워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애슐리퀸즈, 올 들어 13곳 오픈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의 외식 자회사 이랜드이츠는 지난해 매출 3553억원에 17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대비 매출은 40.1%, 영업이익은 196.7% 늘었다. 그룹 지주사 이랜드월드 또한 지난해 영업이익이 2884억원으로 전년 대비 129.6% 증가했다. 올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약 10% 증가하는 등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랜드의 선전은 외식 부문에서 두드러진다. 그 중심엔 애슐리퀸즈가 있다. 이랜드이츠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애슐리의 부실 매장을 정리하고 브랜드를 애슐리퀸즈로 일원화했다. 애슐리퀸즈는 평일 런치가 성인 기준 1만9900원, 주말엔 2만7900원이다. 최근 이 시장이 초고가 호텔 뷔페 위주로 재편된 것을 감안하면 가격 면에서 강점이 있다. 호텔 뷔페는 주말엔 20만원 안팎에 이른다. 호텔 뷔페에 비할 바 아니지만 “가격에 비해 알차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가족 단위로 많이 찾고 있다. 애슐리퀸즈 매장은 2022년 55개에서 작년 말 77개로 늘었다. 올 들어선 13개 매장이 추가로 문을 열었다. 올해 말까지 매장을 150개로 늘린다는 공격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이랜드이츠의 베이커리 브랜드 프랑제리는 망고 케이크로 초저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프랑제리는 이달 16일부터 서울 신촌점에서 생망고 2~3개가 들어간 생망고케이크를 1만9900원에 한정 판매하고 있다. SNS에선 “특급호텔 망고케이크 가격의 5분의 1인데 맛은 오히려 낫다”는 평가가 나왔다. 신라호텔과 롯데호텔 등의 망고케이크 가격은 10만원 안팎이다. 지난 4월 출시된 대전 성심당의 망고시루케이크(4만3000원)와 비교해도 저렴하다.

○싼데 품질은 뛰어난 워킹화

이랜드월드 패션부문도 제조·직매형의류(SPA) 브랜드 스파오를 통해 초저가 가성비 전략을 펼치고 있다. 슈즈 브랜드 슈펜은 워킹화 컴피이지를 내세워 흥행몰이 중이다. 컴피이지 가격은 3만원 수준으로 10만원이 훌쩍 넘는 스포츠 브랜드 워킹화 대비 저렴하다. 그렇다고 품질이 낮은 것은 아니다. 신발패션진흥공단이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컴피이지는 다른 브랜드 워킹화 대비 족저압력이 약 10% 낮았고, 1시간 보행 후 내부 온도도 1.12도가량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랜드는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전개할 편의점 사업에서도 ‘편의점보다 더 싼 편의점’을 모토로 내세웠다. 아울렛부문에서는 ‘아울렛보다 더 싼 아울렛’을 기치로 팩토리 아울렛 세 곳을 운영 중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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