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없는 시대' 처방전은 "행동부터 나서라"

Zoom In - ATD24 기조연설자 대니얼 핑크

기술 발전 따른 빠른 변화로
기존 경험 무의미해져
"명확한 목적의식이 중요"
“어떻게(How) 할 것인지가 아니라 왜(Why)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지난 21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ATD24 인터내셔널 콘퍼런스&엑스포’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대니얼 핑크(사진)는 “명확한 목적의식을 갖는 게 성과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핑크는 <후회의 재발견> <새로운 미래가 온다>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동기 부여 전문가다. 올해 81회째를 맞은 ATD24는 세계 최대 인재 개발 관련 행사다. 한국경제신문은 국내 언론사로는 처음으로 참가했다.핑크는 개인의 목적의식을 강조하는 것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작된 ‘대우울의 시대’를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코로나19 전후 노동시장은 세 단계의 변화 과정을 거쳤다. 앞다퉈 회사를 그만두는 ‘대퇴사의 시대’를 겪었고 ‘조용한 퇴사의 시대’를 지났다. 직장인들은 회사를 그만두는 대신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일이 곧 나의 삶은 아니다”며 최소한의 주어진 일만 했다. 개인은 조직과 업무에서 아무런 의미와 가치를 찾지 못하게 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무관심은 우울감과 상실감으로 바뀌었다. 이른바 ‘대우울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핑크는 “일단 행동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술과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며 개인과 조직 모두 기존의 경험에서 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한 후 행동했지만,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에선 일단 행동하고 이해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며 “이를 통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울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선 각자 일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구성원들의 노력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쉽게 따를 수 있는 몇 가지 행동 지침을 제시했다. 우선 매일 자신이 발전한 점을 적으라고 했다. 핑크는 “하루에 30초 자신이 한 일을 뒤돌아보고 얼마나 성장했는지 적는 습관을 들이라”며 “가장 좋은 동기 부여는 의미 있는 일에서 매일매일 성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스스로를 갉아 먹는 ‘하지 말아야 할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메일을 확인하지 말 것 등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찾는 것 역시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이라고 했다.휴식도 꾸준한 동기 부여를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덴마크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실험한 결과 테스트 전에 간식을 먹고 20~30분 정도 운동을 한 학생들의 성적이 올랐다”며 “휴식이 성과와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이라고 했다. 핑크는 “매일 오후 15분씩 휴대폰 없이, 일에 대한 대화 없이 산책하라”고 조언했다.

위험을 감수하는 것도 성과를 내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후회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134개국에서 2만5000건 이상의 의견을 받았다. 핑크는 “그 결과 대부분의 사람이 기회를 잡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실패하지 않으려는 데 집중하느라 성공하기 위해 대담해져야 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담해지기 위한 세 가지 방법도 소개했다. 첫 번째는 인텔의 최고경영자(CEO)와 회장을 지낸 앤디 그로브의 방법이다. 그로브 전 CEO는 어려운 일을 결정할 때 ‘내일 직장에서 교체된다면 후임자는 무엇을 할까’를 생각했다고 한다. 핑크는 “인간은 문제 해결에 능숙하지만, 때로는 너무 깊이 빠져 실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며 “그래서 약간의 거리를 두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두 번째는 가장 친한 친구가 이 문제를 가지고 온다면 당신은 그에게 무엇을 하라고 조언할 것인가를 떠올려보라고 했다. 세 번째는 10년 후의 당신이라면 지금 무엇이라고 말할 것인지 고려하라고 말했다. 핑크는 “중국 속담에 ‘나무를 심기에 가장 좋은 때는 20년 전이고, 두 번째로 좋은 때는 지금이다’라는 말이 있다”며 “어떤 형태로든 오늘 나무를 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뉴올리언스=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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