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서 "10만원 찾았어요" 난리…'캐치캐시' 뭐길래 [이슈+]

"이 돈 찾는 분이 임자입니다"…난리 난 '캐치캐시' 챌린지
국내서 최초로 시작한 민복기 씨
자비로 시작해 광고 등으로 운영비 마련

지역·유형별 파생 계정 등장
무작위 추출 프로그램으로 경품 제공
"무작위성 추구는 인간의 본능"
/사진=민복기 씨 제공
"찾는 분이 임자, 행복은 당신 주변에 늘 함께합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자주 보이는 이 문구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 최근 국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현대판 보물찾기 '캐치캐시(Catchcash)' 챌린지다. 캐치캐시 챌린지는 SNS 계정 주인이 스티커 안쪽에 숨긴 돈을 찾는 '현대판 보물찾기'다. 말 그대로 현금(cash)을 잡는(catch) 활동이다. 여기서 '챌린지(challenge)'란 유희의 목적으로 특정 행동을 취한 뒤 이를 SNS에 인증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SNS 계정 주인이 '○○(지역명) 곳곳에 숨은 돈을 찾아보세요'라는 문구를 내걸고 지폐를 접어 스티커 뒷면에 숨긴 뒤 가로등이나 전봇대 등 특정 장소에 붙인 모습을 촬영해 게시하면, 이를 찾아낸 사람이 지폐를 갖게 된다.

해당 장소가 어디인지 아는 이라면 누구나 스티커를 찾아 현금을 가져갈 수 있다. 다만 돈을 발견한 팔로워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돈을 찾았다는 '인증'을 해야 한다. 일종의 감사 표시이자, "계정 주인이 돈을 붙이는 척만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다.스티커 속 현금의 액수는 1000원부터 1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스티커를 붙이는 장소까지 모두 계정 주인이 마음대로 정한다. 돈이 숨겨진 위치에 따라 난이도를 별의 개수로 표시하는 것이 특징이며, 팔로워들은 영상 속 지형지물만을 이용해 돈을 찾아내야 한다.

챌린지 만든 계기는

캐치캐시 챌린지 영상. /사진=인스타그램 '캐치캐시 코리아' 캡처
국내서 이러한 영상을 처음 올리기 시작한 이는 자영업자 민복기(36) 씨다. 지난달 10일 '캐치캐시 코리아' 인스타그램 계정을 생성했다. 한달 만에 4만8000명가량의 팔로워가 모였다. 가장 인기 있는 영상의 조회수는 1297만회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다.민 씨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8년간 자영업을 하고 관둔 뒤 쉬던 도중 길거리에서 스마일 스티커를 보게 됐다. 별것 아닌데 미소가 지어지더라"라며 "해외서 'moneyhunt(돈 찾기)', 'hidemoney(돈 숨기기)' 등의 이름으로 길거리에 돈이나 경품을 숨기는 챌린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여기에 스티커를 접목해 행운을 전해보자고 생각했다"며 챌린지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어린 팔로워가 많이 있으므로 안전이 확보된 장소를 선정하되, 최대한 사람 눈에 안 뜨이는 위치에 붙이는 것이 팁"이라고 전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에 대해 묻자 "최근 스티커를 찾고 로또에 당첨됐다며 개인적으로 감사 인사를 해주신 팔로워가 있었다"면서 "누군가에게 뜻밖의 행운을 주게 됐다는 점에서 이 챌린지의 본질을 새기는 계기가 되어 뿌듯했다"고 설명했다.다만 "단순히 SNS 계정의 팔로워만 늘리려는 목적으로 '돈을 붙이는 척'만 하는 가짜 계정도 있다"며 "챌린지의 선한 취지와 신뢰도가 퇴색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만은 않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민복기 씨는 "계정이 커지다 보니 특정 장소에 와달라는 등의 협찬 문의도 들어온다"며 "적자가 나지 않는 한 계속 사람들에게 행운을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남녀노소 '랜덤(Random·무작위)'에 열광

캐치캐시 챌린지가 전 지역으로 퍼진 모습.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민복기 씨의 캐치캐시 챌린지가 주목받자, 지역별로 캐치캐시 챌린지를 운영하는 SNS 계정이 생겼다. 운영자들은 사비를 이용해 이 챌린지를 운영한다. 대신 팔로워가 빠르게 모이면서 광고 제안이나 협찬 등의 비즈니스적 기회가 찾아온다는 점을 챌린지의 장점으로 꼽았다.

'캐치캐시_대구, 경산' 계정을 운영하는 20대 서모 씨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대학생 신분이기 때문에 사비만으로 계정을 계속 운영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광고 등 다양한 협업 기회가 생겨 자금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끊임없이 발품을 팔고 돈을 써야 하는 챌린지이기에 '큰돈을 벌자'는 목적으로 시작한 건 아니"라며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과정에서 느끼는 성취감이 컸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무작위 추첨 프로그램을 이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경품을 나눠주는 계정도 등장했다.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 '돌림판'은 참여자 명단을 받아 무작위 추첨 프로그램에 등록한 뒤, 추첨을 통해 당첨자에게 기프티콘이나 상품권 등을 제공하고 있다.
무작위로 경품을 제공하는 해당 계정의 팔로워는 17만명에 이른다. /사진=인스타그램 '돌림판' 캡처
지난달 18일 첫 게시물을 게재한 이 계정은 한달 만에 17만4000여명의 팔로워를 모았다. 해당 계정 운영자는 게시물을 통해 "삭막한 세상에서 작은 희망을 주고 싶었다"며 계정 개설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꾸미거나 뜻을 더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동등한 확률로 사건이 발생하는 '무작위성'에 본능적으로 끌린다고 설명했다.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행운을 얻을 때 행복감을 느끼는 건 인간의 본능적 감정"이라며 "캐치캐시 챌린지의 경우 호기심과 모험심까지 자극하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더 잘 되고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에서 성취감을 얻을 기회가 점점 줄면서 이러한 반대 개념의 챌린지들이 단시간에 빠르게 주목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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