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께서 이렇게 큰 걸"…허은아 화환에 담긴 의미는 [정치 인사이드]

108석 與, 이탈 8표만 나와도 위태
대통령실·與, 3석 개혁신당에 구애
개혁신당 "캐스팅보터 그 이상 역할"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 전당대회에 윤석열 대통령의 화환이 놓여 있다. / 사진=뉴스1
"기존에는 이렇게 큰 화환을 안 보내셨던 것 같은데, 놀랐어요."

개혁신당 2기 지도부를 이끌게 된 허은아 대표가 지난 19일 개혁신당 전당대회에 윤석열 대통령이 보내온 화환을 보고 한 말이다. 허 대표는 전당대회장을 직접 찾은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만나자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놀라기도 했다. "군소정당 전당대회에 수석급 인사가 참석하는 건 이례적인 일"(개혁신당 관계자)이기 때문이다.야당도 개혁신당과 스킨십에 나섰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9일 허 대표와 상견례에서 '우리는 함께'라는 차원의 연대 의식을 허 대표에게 사실상 주입하려는 모습이었다. 황 위원장은 "저희는 친정 같은 당으로, 개혁신당이 잘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두 당은 이념적으로 같은 입장"이라고 강조하면서 "정치적으로 같이 갔으면 한다"고 했다.

나경원 당선인은 지난 20일 '여성판 N번방 사건'에 관한 허 대표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공유하면서 "이 사건을 바라보는 허 대표 시각에 100% 동의한다"고 썼다. 총선 이후 당의 체질 개선을 재차 주문하고 있는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이준석·천하람의 당선과 허 대표 선출을 보면서 왜 이들이 국민의힘을 떠나 정치적으로 더 성장했는가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 / 사진=뉴스1
이처럼 정부·여당이 개혁신당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국민의힘의 '총선 참패'가 있다. 오는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 국민의힘은 108석을 갖는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에서 8표만 이탈해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게 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통해 국회로 돌아온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대통령은 법안을 또다시 거부할 수 없다.개헌·탄핵 문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정부·여당은 3석의 개혁신당 도움이 아쉽고 절실한 상황이다. 한 국민의힘 당선인은 "우리 당이 연대할 수 있는 야당은 개혁신당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한 여권 관계자는 "반윤의 개혁신당을 범보수 진영으로 보는 건 안일한 시각"이라며 "굉장한 공을 들이지 않는다면 개혁신당이 국민의힘에 협조적이긴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고 또 너무 공을 들이다 보면 주도권을 뺏길 수도 있다"고 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이어지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3석의 개혁신당은 막강한 '캐스팅보터'로 떠오르게 됐다. 여야 모두 개혁신당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줄다리기를 벌이는 상황에서 개혁신당은 적절한 균형감각을 유지하면서 현안별로 유연한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다. 허 대표는 채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을 향해 "국민을 죽인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라면서도 "범야권의 장외 투쟁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여와 야 가운데 명확한 선을 그었다.

개혁신당 핵심 관계자는 "개혁신당의 방향은 일종의 '대안 정당'이다. 캐스팅보터 그 이상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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