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삼성에 소송 걸었다가…"혐오스럽다" 탈탈 털린 前 임원

삼성 전직 임원이 제기한
미 특허 소송에 삼성 승소
삼성전자의 전 특허담당 수장이 삼성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 침해소송에서 미국 법원이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임원에 대해 “부적절하고 혐오스럽다”는 강도 높은 비판도 내놨다. 법원은 "회사 기밀을 도용해 벌인 소송"이라며 재소송도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삼성이 완승한 셈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 텍사스 동부법원은 일명 '특허 괴물'로 불리는 미국 특허 관리기업 시너지IP와 특허권자인 스테이턴 테키야가 최근 삼성을 상대로 낸 무선이어폰과 음성인식 관련 특허침해소송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렸다. 특허 침해 여부를 판단할 필요도 없이 소송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과 시너지IP의 특허 분쟁은 2021년 시작됐다. 시너지 IP는 삼성전자 안승호 전 부사장이 2020년 설립한 회사다. 그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삼성전자 IP센터장을 지내며 음성인식 등 관련 기술 특허를 총괄했다. 그랬던 그는 삼성을 떠난 직후 시너지 IP를 세우더니, 스테이턴 테키야가 보유한 무선 오디오 녹음장치 등 특허 10건을 삼성이 무단 도용해 갤럭시버즈, 빅스비 등에 활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두 회사는 2022년 초 삼성에 특허침해 소송 4건을 추가 제기하며 전선을 넓혔다.

미 법원은 이 소송이 심각한 불법행위와 부정한 방법이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 측은 이전 부하직원이었던 삼성전자 특허담당 직원과 공모해 소송 전후에 스테이턴 테키야 관련 기밀자료를 빼돌려 소송에 이용했다"고 적시했다. 이 기밀자료에 대해 특허 전문 판사인 로드니 길스트랩 판사는 "이 소송에 대한 삼성의 전략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소송의 승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문서였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안 전 부사장에 대해 “부정직하고, 불공정하며, 기만적이고, 법치주의에 반하는 혐오스러운 행위”라며 “삼성의 기밀정보를 악용해 삼성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가 원고 개인에 대해 비판을 쏟아낸 건 이례적이다. 또 미국 변호사인 안 전 부사장이 삼성의 내부 정보를 활용해 소송을 유리하게 진행한 행위는 (삼성 근무 당시) 변호사로서 삼성에 대한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안 전 부사장은 삼성전자 재직 당시 회사의 지원을 받아 미국 로스쿨에 진학해 미국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재판부는 "이런 불법 행위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재소송이 불가능한 기각 판결을 내리는 게 사법 정의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구제책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판결문에는 안 전 부사장이 한국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적시됐다. 미 법원은 한국 검찰 수사를 통해 확보된 증거·조서도 제출받아 판결의 근거로 활용했다.

이번 판결이 끝은 아니다. 스테이턴 테키야는 지난해 7월 삼성을 상대로 무선 오디오 기술 4건에 대해 별도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선 시너지 IP는 빠졌다. 이번 판결로 남은 소송에서도 삼성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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