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신중론 확산…Fed "인플레 위험 현실화하면 추가 긴축할 수도"

제롬 파월 Fed 의장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Fed) 위원들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추가 긴축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정학적 혼란을 비롯한 여러 요인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수준이 여전히 높다고 진단한 것이다. 금리 인하에 대한 확신을 얻기까지의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플레이션 목표치 향한다는 확신 없어”

22일(현지시간) Fed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내용을 담은 의사록을 공개하며 “위원들은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에 관한 불확실성에 주목했다”며 “최근 지표는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인 2%로 지속해서 향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했다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인플레이션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지목됐다. 일부 위원들은 의사록에서 “지정학적 이벤트 또는 다른 요인들이 공급망 병목현상을 심화시키거나 해운 운임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는 물가에 상방 압력을 가하고 경제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다양한 참석 위원들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현실화할 경우 추가 긴축할 의향이 있다”고 언급했다고 의사록은 전했다.

Fed가 금리를 내리려면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가 전월 대비 평균 0.2% 상승하는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 지난해 10~12월에는 전월 대비 PCE 상승률이 0.1~0.2%를 기록했지만, 올해 1월에는 상승률이 0.5%로 반등했고 2~3월에도 두 달 연속 0.3%를 나타냈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

Fed 인사들이 금리인하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자 시장은 고금리 기조가 길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CME그룹의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의사록 공개 이후 9월 기준 금리 인하 기대는 1주일 전 67.6%에서 이날 59.0% 수준으로 떨어졌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역시 의사록 공개 이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칼리지에서 열린 행사에서 “아직 금리 인하를 단행할 만한 데이터를 보지 못했다”며 “금리 인하가 없다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갈 것을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의 일반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을 체감하기 시작했다고도 진단했다. 솔로몬 CEO는 “(저소득층 외) 일반적인 미국인들이 (소비를) 줄이고 (소비) 습관을 바꾸는 것을 보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실제로 미국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와 타겟은 인플레이션에 피로를 느낀 소비자들을 위해 식품 및 생활필수품 가격을 최근 인하했다. 타겟은 버터, 물티슈 등 필수품 가격을 낮추겠다고 이날 밝혔고 월마트 역시 7000여개의 품목에 대해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 대형마트가 이러한 조치를 취한 만큼 유통소매업계 전체에 가격 인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유럽도 금리 인하 시점 멀어질 듯

유럽에서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영국 통계청은 22일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 2.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2.1%)를 상회했다고.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5.9%를 기록했다. 전월보다는 상승 폭이 둔화했지만, 예상치(5.5%)보다는 높았다.

영국 투자사 애버딘의 루크 바솔러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물가상승률이 급락세지만 영국중앙은행(BOE)과 6월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은 실망했을 것”이라며 “BOE가 인플레이션 압력이 적당히 완화됐다고 확신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 1분기 임금이 6.2% 올라 직전 분기(3.6%)보다 상승 폭을 확대했다. FT는 “독일 분기 임금 상승률이 10년 만에 최대를 기록한 것은 ECB의 6월 금리 인하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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