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PF 정상화 방안' 작동 조건

김진수 건설부동산 부장
정부가 지난 13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방안’을 내놨다. 230조원에 달하는 국내 PF 사업장 중 수익성이 부족한 ‘구조조정 대상 사업장’(유의·부실우려 등급)이 전체의 5~10% 수준일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추산이었다. 부동산 개발업계가 당초 우려했던 만큼 높은 비율은 아니었다. 개발업계에서는 지난 2년여간 지속된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기존 아파트값 하락 등을 반영할 경우 전체 사업장의 90% 가까이가 ‘좀비 프로젝트’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안도하고 환영해야 할 개발업계가 정부 대책에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왜 그럴까.

사업 주체인 시행사 배제

금융당국은 이번 대책에서 사업성 평가 등급을 기존 3단계(양호·보통·부실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하고, 사업성이 부족한 유의·부실우려 사업장은 적극적인 사후 관리를 유도하기로 했다. 유의 사업장은 재구조화 자산 매각을, 부실우려 사업장은 상각이나 경·공매를 통한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다. 금융회사는 다음달부터 개별 프로젝트를 새 기준에 따라 재평가하고, 금융당국은 오는 7월부터 평가 및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점검한다.개발사업은 시행사, 금융사, 시공사가 유기적으로 협업해 진행된다. PF 사업 주체인 시행사(디벨로퍼)는 토지를 매입한 뒤 각종 인허가 문제를 풀어간다. 금융사는 브리지론과 본PF를 통해 개발사업에 자금을 지원한다. 분양 후 건설사가 공사에 나서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지난 2년간 신규 PF 대출은 막고, 브리지론을 일괄 연장하는 정책을 펴왔다. 정부가 PF 사업장 부실 악화를 유도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개발사업 성공을 위해 시행사는 몇 년의 시간과 수십억원의 자금을 투입한다. 시행사 노력에 대한 평가는 늘 뒷전이다. 이번 정책 방향 결정에서도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의견만 반영했을 뿐 개발업계와 시공사는 배제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침체 시장에 활력 불어넣어야

최근 부동산개발협회가 연 간담회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성토의 장이었다. 지난 2년간 시행사 대주주 및 계열사 연대보증이 대거 실행된 만큼 사업장 한 곳이 문제가 되면 다른 사업장도 연쇄 부도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대출 만기 연장 횟수, 분양률 등 단순 계량 지표만으로 사업성을 평가하는 항목도 비판의 대상이었다. 게다가 수요 회복 정책 없이 공급자(시행사)만 정리하는 건 문제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정부는 금융 시장 안정과 더불어 PF 부실 정리에 따른 후폭풍도 고려해야 한다. 개발업계는 아파트뿐 아니라 도심 내 소형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공급으로 전·월세 시장 안정의 한 축을 담당한다. 인위적인 PF 사업장 정리는 장기간의 사업 지연과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2~3년 뒤 공급 공백으로 전·월세 물량이 급감하고 집값이 치솟을 수 있다는 얘기다.

PF 문제는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게 근본 해결책이다. 아파트 거래가 이뤄지고 미분양이 해소되면 개발업계, 금융권, 건설업계가 모두 살아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침체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정책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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