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원식은 '국회의장 당적 금지' 의미 깊이 성찰해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어제 당 경선에서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뽑혔다. 다음달 5일 국회 본회의 선출 과정이 남아 있지만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국회의장으로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초 추미애 당선인이 유력하다고 알려졌지만, 그의 잇따른 초강경 언행과 ‘명심(明心) 개입설’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듯하다.

우 의원이 이긴 배경이 무엇이든, 그 역시 국회의장의 제1 책무인 균형자, 조정자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우려가 이는 것도 사실이다. 국회법에 ‘국회의장은 국회를 대표한다’ ‘의장은 당적 보유를 금지한다’고 명기한 기본 취지는 여야가 다툴 때 의장이 한쪽 편을 들어 대결이 극단으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우 의원이 경선 과정과 후보 확정 뒤 내놓은 메시지들을 보면 국회의장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품격과 신뢰를 찾기 어렵다. “이재명 대표가 ‘형님이 딱 적격’이라고 했다” “이 대표와 가치 동반자”라고 하는 등 그도 줄곧 ‘명심팔이’에 매달렸다. 명색이 국가 의전 서열 2위 자리에 앉겠다는 중진이 당 대표의 낙점만 바라본 것은 스스로 위상을 떨어뜨린 것에 다름 아니다. 특히 당선되자마자 이 대표를 만나 “저는 아직 민주당 당원이고, 우리 모두가 민주당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 대표 중심으로, 저도 제게 맡겨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한 대목은 심히 유감스럽다. “이 대표와 함께 꿈꿔온 ‘기본 사회’ 비전이 대한민국 미래가 될 수 있도록 국회의장으로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고도 했다. 국회의장 후보 당선인 입에서 나왔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내용이다.

우 의원은 ‘민심 존중’을 내세우지만, 총선에서 절반 가까이가 민주당을 찍지 않았다는 점도 새겨야 한다. 중재하고 타협을 이끌어내야 할 국회의장이 끝까지 특정 정파 꼭두각시를 자처하거나 특정 인물과 정치적 이해를 같이한다면 의회 민주주의는 파탄나고 말 것이다.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