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野 돌연 "25만원 선별 지원도 가능"…슬쩍 후퇴보다 철회가 정답

더불어민주당이 돌연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에 대해 ‘전 국민 지급’ 주장을 접고 ‘선별 지급’ 카드를 꺼냈다.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이 “예산을 편성하는 정부·여당 입장을 충분히 고려할 용의가 있다”며 “선별 지원 방식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여러 언론에 동시다발적으로 띄웠다. 보름 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처분적 법률’ 형태로 밀어붙이겠다던 강경 입장에서 타협으로 전격 선회한 것이다.

‘정치는 타협’이라지만 민주당의 표변은 적잖이 당혹스럽다. 엊그제까지 민주당은 “선별 지원은 민생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민생지원금에 신중한 정부·여당을 비난해 왔다. 영수회담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어려운 분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을 때도 그랬다. “골목 경제에 돈이 돌게 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말이라 좌절감이 엄습해 왔다”며 방송에서 대통령을 몰아붙인 장본인이 바로 회담 배석자였던 진 의장이다.민주당의 급선회는 ‘경제학 원론을 다시 써야 할 만큼 엉뚱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봇물 터진 데 따른 불가피한 후퇴일 것이다. ‘보편 지원이 필요할 만큼 경제위기가 아닌 데다 인플레 등 부작용도 클 것’이란 게 경제전문가들의 이구동성 지적이다. 민주당이 정부에 지급을 강제하는 ‘처분적 입법’을 공언하자 국책연구기관 KDI가 ‘지금은 소비부양책이 불필요하고, 물가만 교란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례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물론 추경 요건에도 전혀 맞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민주당의 핵심 우군인 민주노총까지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민생지원금에 반대했을까.

진 의장은 선별 지원 카드를 던지며 과거에도 80%, 70% 지급한 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만약 최상위층을 배제한 대부분 국민에게 민생회복지원금을 준다면 무늬만 선별 지급일 뿐 보편 지급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생계를 위협받는 저소득층에 많이 돌아가야 할 국고 지원을 중산층 등이 가로채는 결과다. 잘못된 정책은 슬금슬금 후퇴하며 실책을 덮기보다 깔끔하게 철회하는 게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다. 대통령실이나 기획재정부도 행여 보편 지급이나 다름없는 선별 지원안을 덥석 수용한다면 포퓰리즘의 공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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