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단백질분해 기술 활용…약효 길고 부작용 적은 '꿈의 신약' 나올까

생명硏 리포트 - 김정훈 질환표적구조연구센터 책임연구원

TPD 기술 활용 임상시험 활발
유빅스, 혈약암 대상 임상 승인
김정훈 질환표적구조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약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 중 하나는 진통·해열제 타이레놀이다. 타이레놀은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 화합물로, 표적단백질인 사이클로옥시제네이즈라는 효소에 강하게 결합한다. 이어 효소의 활성도를 저해해 진통·해열 효과를 낸다. 이처럼 대부분의 약물은 효소인 표적단백질의 ‘저해제’로 효소의 활성 정도를 떨어뜨림으로 약효가 나타난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표적단백질 중 효소는 20%에 불가하며 나머지 80%는 효소가 아니기 때문에 기존 저해제 방법으로는 치료제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보고됐다.

대안으로 지목된 ‘표적단백질분해(TPD) 기술’은 표적단백질의 직접적인 분해 및 제거를 유도한다. 세포 안으로 약물을 넣으면, 표적단백질에 유비퀴틴 꼬리표를 단다. 몸은 유비퀴틴화된 단백질을 수명이 다하거나 오류가 생긴 단백질이라고 인식해 분해하고 제거한다. 해당 기술을 이용하면 기존의 저해제 방식에서 제어가 불가능했던 표적단백질도 제어할 수 있게 된 것이다.TPD 약물개발 방식 표적 단백질을 제거하기 때문에 저해제보다 지속력이 길다. 또한 분해제는 표적단백질을 분해한 후 다시 재사용이 되기 때문에 저해제 대비 더 적은 용량을 사용할 수 있다. 지속된 고농도 약물사용은 필연적으로 약물 저항성을 유발한다. 하지만 분해제 경우 표적단백질 자체를 제거하기 때문에 약물 저항성이 생긴 환자에서도 약효가 지속될 수 있다.

TPD신약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적 요소는 단백질을 유비퀴틴화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결합물질이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물질은 ‘탈리도마이드계’ 화합물이다. 탈리도마이드는 1950년말 서독에서 처방없이 살 수 있는 입덧약으로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이 약을 복용한 산모에게서 사지가 없거나 기형적으로 짧은 신생아가 태어나면서 판매 금지됐다. 이후 한센병과 다발성 골수종치료제로 판매 승인됐으나, 그 작용 기전은 밝혀진 바가 없었다. 2010년 탈리도마이드계 약물이 CRBN 단백질에 붙어 새로운 단백질의 분해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보고되면서 비밀이 밝혀졌다. 이후 좋은 단백질 분해능력 때문에 탈리도마이드계 약물은 표적단백질 분해제 개발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결합물질이 확보되자, TPD기술을 활용하는 여러 국내외 회사가 생겼다. 크레이그 크루즈가 설립한 ‘아비나스’는 2019년 유방암과 전립선암에서의 임상시험을 시작했으며 현재 임상 2상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서도 ‘유빅스’가 혈액암을 대상으로 BTK 키나아제의 분해제를 2023년 개발해, 국내 최초로 미국에서 임상시험계획을 승인 받았다. 현재 기술의 고도화를 위한 새로운 표적 발굴 및 검증을 비롯해 표적에 대한 결합물질 연구, 특정 질병 부위에서만 발현하는 새로운 유비퀴틴화효소 결합물질 개발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래에 이런 기술들이 구현된다면 약효가 길고 부작용이 없는 혁신적 치료제가 개발돼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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