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문화재' → '국가유산' 체제…규제도 확 푼다

문화재청, '국가유산' 체제로 전환
건설 개발, 미술품 거래 등 각종 규제 완화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문화재청이 국가유산법 시행과 함께 '국가유산청' 체제로 새롭게 출범한다. 건설 개발사업, 미술품 거래 등 기존 문화재 체제에서 적용됐던 각종 규제도 대폭 완화된다.

국가유산청은 "17일부터 재화적 성격이 강한 ‘문화재(財)’ 명칭을 ‘국가유산’으로 바꾸고, 국가유산 내 분류를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으로 나눠 유산별 특성에 맞는 관리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16일 밝혔다. 이로써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된 뒤 60여년간 유지해온 문화재 체제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리게 바뀌게 됐다.
국가유산청 출범 카드뉴스 /국가유산청 제공
그동안 문화재 보수 정비 사업은 주변 거주민에 대한 지원이 배제된 채 문화재 보호에 집중돼왔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에 시행되는 '국가유산 경관개선 사업'은 인근 주민의 정주 여건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가유산청은 올해 5개소(남원읍성, 완도 청해진유적, 태안 안흥진성, 나주읍성, 예천 회룡포)를 시작으로 국가유산 내 거주 마을의 생활 기반 시설 개선을 지원할 계획이다.

국가유산 인근 부지에 대한 개발 허가 절차도 간소화된다. 내년 2월부터 시행되는 '국가유산영향진단' 제도로 개발행위 허가 절차를 일원화하면서다. 국가유산 주변 500m 부지에 일률적으로 적용됐던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도 유산의 특성과 지리적 여건 등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재조정한다는 방침이다.

건축행위 과정에서 발굴된 매장 유산의 보존 조치에 대한 국가의 비용 지원도 확대된다. 유적을 보호하기 위한 흙쌓기와 되메우기, 잔디심기, 매장 유산을 다른 곳에 옮기는 비용, 울타리 및 안내판 등 시설물 설치 비용 등이 해당한다. 현지보존, 이전보존 조치를 받은 유적 중 국가가 발굴경비를 지원한 소규모 공사를 대상으로 한다.일반동산문화유산의 국외반출(수출) 규제도 완화된다. 지금까지는 제작된 지 50년 이상 지난 작품 중 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는 일반동산문화유산은 국외반출이 제한됐다. 앞으로 1946년 이후 제작된 작품들은 특별한 허가 없이 바로 국외 반출이 가능해진다. 이중섭의 1950년대 회화 등이 별도 절차 없이 해외 아트페어에 걸릴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문화유산의 무분별한 유출이나 훼손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예비문화유산' 제도가 신설된다. 건설이나 제작, 형성된 지 50년 미만의 현대문화유산이 가치평가를 받기 전 멸실이나 훼손당하는 걸 막고자 시행하는 제도다. 다만 국가의 허가 등 규제가 아닌, 소유자의 자발적인 관리와 보호를 전제로 한다. 국가유산청은 예비문화유산에 대한 주기적인 실태조사를 하고 유산의 보존·관리에 관한 기술 지원과 교육을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국가유산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광역 기반도 마련한다. 그동안 지역별로 운영해오던 국가유산 활용사업을 한데 엮은 광역 단위 지역유산축전인 '국가유산주간'이 올해 10월 열릴 예정이다. '국가유산 방문의 해' 사업도 신설한다. 올해와 내년엔 첫 대상 지역인 제주에서 진행된다.국가유산청은 "앞으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국가유산을 국민과 함께 나누고 지키며 그 가치를 더해 미래 세대에 온전히 전해주고, 국민 친화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국가유산 체계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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