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 사라진다지만…치솟는 분양가에 당첨자 공포 '여전'

국토부, 공공 사전청약 시행 중단 발표
당첨자 지원안 내놨지만…분양가 대책은 빠져
"반쪽 지원" 비판에…"시행자 부담 과도"
국토교통부 이정희 공공주택추진단장이 공공 사전청약 신규 시행을 중단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무용론이 확산한 사전청약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기존 당첨자에 대해서도 주거지원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정작 분양가 상승에 대한 대책은 빠져 반쪽짜리 지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14일 공공 사전청약 신규 시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사전청약은 통상 아파트 착공 때 진행하는 청약 접수를 1~2년 정도 앞당겨 받는 것이다. 집값이 급등하던 2021년 7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킬 목적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사전청약을 받은 이후 지구조성 과정에서 문화재 발굴, 법정보호종 발견, 기반 시설 설치 지연 등 장애 요소가 발생하면 사업 일정이 지연되는 문제가 불거졌다.예컨데 경기 군포대야미 A2 신혼희망타운은 2021년 10월 사전청약을 받았다. 지난달 본청약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당첨자들은 본청약을 약 2주 앞두고 본청약이 2027년 상반기 이후로 3년 이상 연기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까지 공공에서 진행한 사전청약 물량은 99개 단지 5만2000가구 규모다. 이 가운데 13개 단지 6915가구만 본청약이 완료됐다. 13개 단지 중에서도 사전청약 때 예고한 본청약 시기를 지킨 곳은 양주회천 A24(825가구) 단 한 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86개 단지 4만5000가구의 본청약 시기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이들 단지의 본청약도 대거 밀릴 전망이다.

일정 대거 지연에 '무용론'…사전청약 폐지 수순

사전청약으로 예정됐던 일정이 지연되면 당첨자들은 주거 계획 차질과 분양가 인상이라는 두 가지 불편을 겪게 된다. 국토부는 이를 감안해 일정 지연을 겪는 당첨자에게 임시 주거를 안내하는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 임대를 안내하고 계약금 비율을 10%에서 5%로 조정하며 중도금 납부 횟수도 축소 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본청약 일정이 3년 이상 지연된 경기도 군포시 군포대야미 공공주택지구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그러나 지원방안에서 분양가 인상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사전청약 단지의 분양가는 본청약 시점에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일정이 지연되는 동안 건설 원가가 오르고 토지보상채권 이자가 붙기에 사전청약 공고 당시 제시한 추정분양가보다 껑충 오른 액수로 정해지고 있다.

성남위례 A2-7 신희타 전용 55㎡ 분양가는 사전청약 당시 5억5576만원으로 추정됐지만, 본청약이 1년 4개월 밀리면서 확정 분양가가 6억2187만원으로 11.8%(6611만원) 올랐다. 본청약이 1년 늦어진 성남신촌 A2 전용 59㎡는 추정 분양가가 6억8268만원이었지만 확정 분양가는 7억8870만원으로 15.5%(1억602만원) 뛰었다.

오는 9월 본청약이 진행될 예정인 3기 신도시 인천계양 A2·3블록은 최근 총사업비가 각각 25.7%, 33.1% 인상되며 가파른 분양가 상승을 예고했다. 최근 자재비, 인건비 등 공사비가 가파르게 올랐고, 정부도 공공 부문 공사비를 현실화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분양가 인상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자산과 소득에 제한을 뒀던 공공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본청약 지연에 분양가 껑충…지원방안에선 빠져

올해 말 본청약 일정을 기다리던 한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 당첨자는 "소득 가점까지 충족하려면 월 소득이 275만원 이하여야 했다"며 "그런 서민들에게 본청약을 늦춰놓고 1억원을 더 부담하라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번 지원방안도 분양가 인상 대책은 빠진 반쪽짜리"라고 지적했다.
2021년 사전청약을 받은 인천 계양테크노밸리 A3블록 사업비는 기존 1754억원에서 2335억원으로 33.1%(581억원) 급증했다. 사진=한경DB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사전청약 분양가 인상 폭을 제한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법안 심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이달 말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상황에 놓였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말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공공주택사업자가 사전청약 단지의 분양가를 본청약에서 인상할 경우 인상률을 직전 3개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00분의 50의 범위로 제한하고 당첨자와 협의하도록 하는 규정을 담았다. 본청약이 늦어지고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계약을 포기하는 당첨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은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지금까지 법안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본청약 지연으로 인한 분양가 인상 리스크를 당첨자가 부담해야 하는 문제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 당첨자들의 경우 분양가 인상분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도 "정책 대상자별로 지원 범위를 다르게 봐야 하고 분양가 인상분에 대한 지원을 검토할 기준도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도 분양가가 인상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왔고 다른 청약을 할 기회도 열어두고 있다"며 "분양가 인상을 억제할 경우 사업시행자의 부담이 과도하게 커지는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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