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분양 돌연 취소한 재개발 추진위…법원 "재산권 침해"

사업성 높아져 오피스텔 추가 분양
2년 만에 총회서 '계약 취소' 의결
청량리 4구역에 들어선 청량리역 롯데캐슬SKY. 사진=한경DB
권리가액이 늘어난 데 따라 토지등소유주에게 오피스텔을 추가 분양했다가 2년 만에 이를 취소한 도시정비사업 추진위원회의 총회 결의는 법에 어긋난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분양신청자 A·B씨가 청량리 제4구역 도시환경 정비사업 추진위원회를 상대로 낸 총회결의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재판부는 "피고가 임시총회에서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오피스텔 공급계약을 취소한 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판시했다.

A·B씨는 청량리 4구역 내 건물 등 부동산을 공동 소유했다. 이 구역 추진위는 2014년 12월 22일부터 이듬해 3월 11일까지 토지등소유자들로부터 분양신청을 받았는데, A·B씨는 상가 1채를 공동 분양받는 내용으로 분양신청을 했다. 추진위는 2015년 11월 26일 A·B씨의 분양 내용이 포함된 관리처분계획을 인가받았다.

이후 추진위는 2017년 5월 31일 정기총회를 열어 관리처분계획변경안을 의결했다. 이 변경안에는 비례율이 기존 103.04%에서 103.66%로 증가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비례율이란 도시정비사업에서 토지등소유자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산과 개발 이후 얻게 될 자산의 비율을 뜻한다. 이 사건의 경우 분양 면적당 단가 상승으로 인해 사업성이 높아지면서 비례율이 조정된 것이다.이에 따라 A·B씨가 구역 내에서 소유하던 부동산의 평가액도 9억3857만원에서 9억7292만원으로 늘었다. 이에 A·B씨는 2018년 3월 30일 최소 분양 단위 규모 오피스텔 1채를 추가 분양받겠다고 추진위에 알렸다. 하지만 추진위는 분양 계약 체결을 거부했다.

A·B씨가 오피스텔 분양 거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추진위는 2018년 10월 12일 임시총회에서 "A·B씨가 추가 오피스텔 분양을 위한 금액 기준에 부합했으나 분양 계약 대행 용역업체의 권리가액 착오로 분양받지 못했으므로 보류지로 추가 오피스텔을 계약한다"는 내용을 결의했다. 이후 A·B씨는 각각 오피스텔 1세대를 받는 분양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추진위는 2020년 12월 17일 열린 총회에서 A·B씨에 대한 오피스텔 공급 계약을 취소하기로 결의했다. A·B씨가 소유한 부동산의 평가액에 비례율을 곱해 그들의 권리가액을 산정할 것이 아니라 해당 부동산의 평가액 그 자체를 권리가액으로 삼아야 한다는 이유였다.A·B씨는 행정소송을 맞섰다. 그들은 재판 과정에서 "추진위는 토지등소유자들에게 권리가액은 종전자산평가액에 비례율을 곱한 금액임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며 "오피스텔 분양을 취소한 결의는 신뢰 보호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 "해당 결의는 조합원들을 동등하게 취급하지 않아 평등의 원칙에 반하며, 총회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결의"라고 했다.

법원은 A·B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를 오피스텔 분양대상자에서 제외하는 내용으로 관리처분계획 변경 결의를 하는 것은 이미 부여받았던 오피스텔 분양대상자의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원고들의 재산권과 신뢰이익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가 이미 부여된 원고들의 지위를 부정하게 된 경위에 합리적 이유가 없고, 피고가 분양계약 취소 결의를 통해 얻게 되는 이익이 침해되는 원고들의 재산권 등 이익보다 우월하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추진위는 "원고들에게 적용된 권리가액 산출 방법이 서울시 조례와 달라 오피스텔 공급계약을 취소하는 게 정당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권리가액은 분양 예정인 대지·건축물을 분양대상자에게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산정 방법이 공평하고 합리적인 이상 서울시 규정과 다르게 정하는 것이 금지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추진위는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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