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시스템스 "M&A로 원자현미경 초격차"

기업 탐방
박상일 대표의 세계 1위 전략

"M&A로 기술 진화 이어갈 것
광학기술 기반 계측장비 도전
2030년 1조 클럽 가입 목표"
“글로벌 원자현미경(나노계측장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기술 초격차 실현을 위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계획입니다.”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경영 전략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미국 스탠퍼드대 응용물리학 박사 출신인 박 대표는 1988년 실리콘밸리에서 세계 최초로 원자현미경 기술 상용화에 성공한 후 자신이 세운 회사(파크사이언티픽인스트루먼트)를 미국 서모피셔에 매각했다. 1997년 4월 ‘제2의 창업’ 각오로 새로 세운 회사가 파크시스템스다.원자현미경은 광학현미경과 전자현미경에 이은 3세대 현미경으로 원자 지름의 수십분의 1까지 측정할 수 있다. 반도체에서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인데, 그 형상을 실제로 보여주고 사이즈를 측정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소재, 화학, 제약, 생명공학, 전자, 반도체 등 여러 산업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MIT·NASA 등이 고객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기업과 미국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글로벌 유수 대학, 미 항공우주국(NASA) 등 수백 곳이 나노 단위 계측을 위해 파크시스템스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연구용 장비로 쓰이는 원자현미경은 가격이 평균 1억5000만원 정도다. 산업용 장비는 웨이퍼 일반 측정용이 17억원, 극자외선(EUV) 마스크용은 30억원 정도다. 글로벌 반도체회사들의 주문이 늘면서 파크시스템스의 영업이익률은 뛰어오르고 있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20.47%다.글로벌 원자현미경 시장 규모는 6000억원대로 추정된다. 파크시스템스의 점유율은 20%대다. 미국 생명과학 관련 장비회사인 브루커가 점유율 2위(18%)로 추격하고 있다.

“한국의 KLA 꿈꾼다”

박 대표는 “올해 미국 내 반도체 투자가 본격화하면서 실적이 더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분기 수주가 전년 대비 증가세이고, 고급 기술에 대한 신뢰로 주문이 폭증하면 2030년 매출 1조 클럽 가입도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시장 규모를 더 키우기 위해 미래사업개발부를 신설해 M&A에 힘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 덩치를 키우고 유망 기술은 추가 도입해 글로벌 1위 초격차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그는 “광학기술 기반 계측장비 사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원자현미경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나노 계측이 필요한 곳에선 다 사용될 수 있다”며 “한국의 KLA를 꿈꾼다”고 말했다. 미국 반도체 검사장비 회사인 KLA의 시가총액은 938억달러로 매출은 104억달러다. 파크시스템스는 가파른 실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매출 199억원, 영업이익 23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1448억원, 영업이익 276억원을 기록했다. 8년 만에 각각 627.64%, 1100% 급증했다.

수원=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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