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국방장관에 민간 경제학자 임명…전시 경제 체제 전환에 박차

푸틴, 집권 5기에 전시 경제체제로 전환하나
군 복무 경험 없는 경제 전문가
쇼이구 전 장관 사실상 경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 안드레옙스키홀로 들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집권 5기를 시작한 지 닷새만에 러시아 국방장관을 민간 경제학자인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로 전격 교체하는 안을 제안했다. 러시아 경제를 전시 비상 체제로 운영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경질하고 경제전문가인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를 국방장관으로 발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현재 러시아는 안보 예산이 국내총생산(GDP)의 7.4%를 차지했던 1980년대 중반 소련 때와 유사해졌다"며 인사 변경 이유를 밝혔다. 현재 러시아 안보 예산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7%에 이른다. 국방비 지출을 전체 경제 상황과 조율하는 업무가 중요해지면서 푸틴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에 경제전문가를 앉혔다는 설명이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혁신에 개방적인 사람이 전장에서 결국 승리한다"고 덧붙였다. 최종 임명은 13~14일 러시아 상원의 검토를 거쳐 확정되지만, 대통령이 지명한 새 장관 임명안은 통상 의회 반대 없이 통과된다.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자료= AFP연합뉴스
러시아매체 RBC에 따르면 벨로우소프는 푸틴 대통령에게 디지털 경제와 블록체인의 중요성을 설득한 '경제통'이자 푸틴의 최측근 관리다. 1981년 모스크바 주립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한 그는 푸틴 대통령이 총리로 재임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경제 및 금융부서 국장을 역임했다. 2012년 경제부장관을 거친 이후에는 2013년부터 약 8년간 푸틴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을 지냈다. 2020년 1월부터 최근 개각 전까지는 제1부총리로 일했다.

주요 외신은 푸틴 대통령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공격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인사를 단행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외교관 출신인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드르 바우노프 선임연구원은 "러시아 당국은 군사적 충돌에 집중하기보다는 군공업 단지 및 경제 시스템 전반을 이용해 우크라이나를 천천히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의 국방비 지출 규모는 1185억달러(약 162조3000억원)로 추정된다.

이번 인사로 12년 동안 러시아 국방부를 이끌었던 쇼이구 전 장관은 니콜라이 파트루셰프를 대신해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군사 산업 단지 책임자를 맡게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푸틴이 쇼이구 전 장관을 중요도가 떨어진 보직으로 임명시키며 실질적으로는 경질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2년간 우크라이나 침공이 초기에 성공을 거두지 못하며 통솔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말 그의 측근인 티무르 이바노프 전 국방차관은 약 1100만달러(약 150억5000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체포돼 해임됐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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