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에게는 줄을 섰지만 텅텅 빈 곳도 [막 내린 아트부산 2024]

"선방했다" vs "볼 게 없다" 엇갈린 목소리

8일부터 12일까지 벡스코서 열린
제 13회 아트부산 2024 막 내려

하종현, 이배 등 작품 첫날 완판
올해 메이저 갤러리 대거 불참하며
전문가, 컬렉터들도 "아쉽다" 목소리
지난 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부산'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에 이은 ‘넘버2 미술장터’ 아트부산 2024가 막을 내렸다. 아트부산은 벡스코에서 8일 VIP 프리뷰(사전관람)을 시작으로 오는 12일까지 컬렉터들과 관람객들을 만났다. 올해는 20개 국가에서 192개 갤러리가 부스를 차렸다.

VIP 오픈일인 8일 2시 벡스코 1전시장 앞엔 사람들이 모였다. 오픈 직후 국제갤러리와 조현화랑, 가나아트 등 대형 갤러리들엔 손님이 몰렸다. 갤러리들은 “관람객 수도, 판매 실적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다“라며 ”아직 컬렉터들이 연초에 국내 미술시장 흐름을 확인하려면 아트부산을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대형 갤러리들은 VIP 오픈일과 사전 판매로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넘겼다. 국제갤러리는 하종현의 작품을 26만8000달러(약 3억6800만원)에 팔았다. 이외에도 이희준의 작품 세 점, 장 미셸 오토니엘의 작품 두 점, 우고 론디로네와 안규철의 작품이 모두 첫날 주인을 찾아갔다.
아트부산 2024가 열리고 있는 벡스코. 조현화랑 부스를 구경하는 관객들.
조현화랑이 가지고 나온 이배 작품에는 문의가 쇄도했다. 오픈 직후 한 시간만에 한 작품을 제외하고 모두 예약이 걸렸다. 7700달러(한화 약 1100만원)짜리 김종학의 작품은 예약 순번이 3번까지 늘어서기도 했다. 학고재에 나온 길후의 회화 '현자'는 사전에 예약되어 판매 완료 스티커가 붙었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들고 나온 갤러리스탠도 돋보였다. 작가 샘바이펜의 작품도 판매됐으며, N5BRA의 9개 연작 중 두 점도 판매됐다.

하지만 개막 2~3시간이 지나자 대다수의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빠져나갔다. 잘 알려지지 않은 영세 갤러리의 부스에는 관람객이 한 명도 없는 경우도 생겼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가의 작품 구매를 위해 지갑을 여는 이들도 많지 않았다. 한 갤러리는 “유명하지 않은 해외 작가일수록 판매가 힘들다”며 “불황기에 투자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전문가들도 “이번 아트부산을 통해 미술시장이 완전히 조정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입을 모았다. 미술품 투자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선뜻 구매를 결정하는 컬렉터들이 많지 않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3월 열린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 아트바젤 홍콩 2024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
지난 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부산'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아트부산 2024의 진짜 문제점으로 꼽히는 건 ’메이저 갤러리의 부재‘다. 아트페어의 수준은 사실상 얼마나 크고 유명한 갤러리들이 나오는가에 따라 갈리기 때문이다. 최대 호황이었던 2022년에 비해서는 대형 갤러리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대만 타이페이 당다이 아트페어와 아트부산의 시기가 겹쳐 갤러리바톤, 원앤제이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휘슬갤러리 등이 전부 불참했다. 특히 지난해까지 부스를 냈던 갤러리현대까지 올해 자리를 뺐다.

일각선 아트오앤오와 대구아트페어까지 이번 행사와 한 주 간격으로 열리며 컬렉터와 갤러리들에게 모두 부담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대구의 우손갤러리 등 지역 유력갤러리가 부산에 오지 않자 그러니 대구 큰손들의 방문도 줄어들었다.
아트부산 2024가 열리고 있는 벡스코. 가나아트 부스에 몰린 관객들.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도 대형 갤러리의 부재에 아쉬운 목소리 드러냈다. 현장서 만난 한 컬렉터는 ”메이저 갤러리가 몇 군데 없으니 다 그곳에 몰린 기분“이라며 ”큰 갤러리가 갖고 나온 유명 작가의 작품을 사려면 선착순으로 ’찜‘을 하거나 앞에서 한참 기다려야 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한 갤러리 대표는 “대형 갤러리들이 빠진 자리를 중소형 갤러리로 채우니 사람이 모이지 않는 건 당연하다”며 “아트부산의 구성이 축소될수록 메이저 갤러리들은 계속 빠져나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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