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살해' 의대생, 신상 공개 안 한다…'피해자 2차 가해' 우려

경찰, 사이코패스 검사 검토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20대 의대생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얼굴을 가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서울권 명문대 의대생 최모 씨(25)를 수사하는 경찰이 피해자 유족 의견 등을 고려해 최 씨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9일 서울경찰청은 신상 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연 결과 최 씨의 얼굴과 이름 등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최 씨의 수능 성적과 학교생활 등이 알려지며 피해자 신상 정보까지 온라인에 유포된 상황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사건은 2차 가해 논란이 심한 상황이고 유족 쪽 입장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경찰 수사에서는 최 씨가 범행 후 옷을 갈아입는 등 미리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 6일 오후 5시께 서초구 강남역 근처 건물 옥상에서 동갑내기 여자친구에게 흉기를 휘두른 직후 옷을 갈아입고, 입었던 옷은 가방에 넣어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최 씨가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 혈흔이 자기 옷에 묻을 것을 예상하고 다른 옷을 미리 준비한 것인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당시 가방에서 혈흔이 묻은 의류를 확보해 감정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그가 범행을 숨기기 위해 옷을 갈아입었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

앞서 체포 직후 최 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2시간 전 경기 화성의 한 대형마트에서 흉기를 미리 구입하고 피해자를 불러내는 등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드러나 경찰은 '계획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날 최 씨 쪽 변호인은 "최 씨가 '우발이 아니라 (범행을) 계획한 게 맞다'고 인정했다"면서도 "오래 준비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 바 있다.경찰은 10일 최 씨의 심리 상태와 진술 태도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 면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면담 이후에는 최 씨가 동의하면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를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사이코패스 진단검사는 냉담함, 충동성, 공감 부족, 무책임 등 사이코패스의 성격적 특성을 지수화하는 검사다. 모두 20문항으로 이뤄졌으며 40점이 '만점'이다. 국내에서는 통상 25점을 넘기면 사이코패스로 분류한다. 결과가 나오는 데는 열흘 정도 걸린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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