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에 뱅크시 작품전… ‘풍선을 든 소녀’ 부터 ‘꽃 던지는 소년’까지

서울 인사동 그라운드서울 ‘리얼 뱅크시’ 전시 개최
공식 인증된 뱅크시 그림 29점 등 다양한 작품 선봬
뱅크시, Girl with Balloon. /아튠즈 제공
절반이 찢어져도 값어치가 오르는 그림이 있다. ‘예술 테러리스트’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작가 뱅크시의 ‘사랑은 쓰레기통에(Love is in the Bin)’라는 이름의 회화다. 작품의 원래 이름은 ‘풍선을 든 소녀’(Girl with Balloon). 2018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서 104만유로(약 17억원)에 낙찰되며 경매사가 망치를 두드리는 순간, 액자 내부에 설치된 파쇄기가 저절로 작동해 작품 하단을 잘게 잘라내며 달콤한 이름이 도발적으로 바뀌었다.

이 ‘반달리즘(Vandalism)’ 소동의 장본인은 바로 뱅크시 자신이었다. 재미난 건 작품이 갈려 나갔는데도 낙찰자가 그대로 구매하고, 3년 뒤 같은 경매에 재등장한 자리에선 무려 1870만 파운드(약 320억원)로 가격이 치솟았다는 것. 예술에 값을 매기는 행위를 비판하는 철학이 깃든 퍼포먼스였는지, 그저 괴짜의 치기 어린 반항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일련의 이야기를 분명 현대미술사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국내에서도 수많은 뱅크시 애호가가 생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뱅크시, 꽃 던지는 소년, Love is in the air (Flower Thrower) /아튠즈 제공
이 작품의 찢어지지 않은 다른 버전의 작품이 서울을 찾았다. 서울 인사동 복합문화공간 그라운드서울(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 ‘리얼 뱅크시(Real BANKSY: Banksy is NOWHERE)’ 전시에서다. 그간 국내에서 열린 뱅크시 관련 전시 중 최대 규모로, ‘풍선을 든 소녀’를 비롯해 ‘꽃 던지는 소년’ ‘몽키 퀸’ 등 29점과 관련 아카이브, 영상 등을 선보인다.

뱅크시를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은 ‘얼굴 없는 화가’다. 1974년 영국 항구도시 브리스톨에서 나고 자라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1990년대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는 것 외에 알려진 게 없다. 건물 외벽, 담벼락, 물탱크 등에 남기는 그라피티로 불리는 불법 거리벽화가 많은 그의 작품도 마찬가지다. 홍길동처럼 불쑥 나타났다 작품만 남기고 사라지는 터라, 위조품도 많다. 이에 뱅크시가 직접 설립한 ‘페스트 컨트롤’이 그의 작품을 판매하고 진품 여부를 인증하고 있는데, 이번 전시에 나온 29점은 모두 이곳의 공식 인증을 받은 작품들이다.

4개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에선 대체로 반전과 평화, 비폭력, 환경, 제도권에 대한 저항 등 그가 20여년간 천착해 왔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아트토이로 유명한 카우스와 오베이 등 거리 아티스트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10월 20일까지.
서울 인사동 그라운드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리얼 뱅크시' 전시 포스터. /아튠즈 제공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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