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 월급, 의사 1/10수준"…대리수술 고발한 의사 [인터뷰+]

불법 대리수술 근절 의사협의회 관계자 인터뷰
"의사, 간호조무사 급여 차이 커…의사 수 늘려야"
"모발이식 수술 10%는 대리수술로 추정"
"의료계서 자정작용 일어나야 신뢰 회복 가능"
기사 본문과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모발이식 수술 한 건이 보통 8시간씩 걸립니다. 정직하게 하면 의사가 온종일 진료 보고, 수술 1건 하는 것도 벅찬 셈이죠. 그런데 여기에 간호조무사가 투입되면요, 하루에 5건 수술도 가능해요."

8일 불법 대리수술 근절 의사협의회 관계자 A 씨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피부과 의사로 수십년간 일하면서 업계서 대리 수술이 생각보다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앞서 한경닷컴은 지난달 30일 <"의사 대신 간호조무사가…" 모발이식 대리수술에 '발칵'>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불법 대리수술 근절 의사협의회가 병원 세 곳을 고발했다고 보도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강남구 소재 의원 원장은 2021년 4월부터 2022년 6월까지 병원에서 탈모 환자를 수술대에 앉힌 뒤 본인은 두피를 절개해 피부에 슬릿(구멍)을 만든 다음 자리를 비우고, 간호조무사들이 미리 채취해둔 모낭을 슬릿에 심는 시술을 하게 했다.

A 씨는 "이런 방식으로 수술하면 전체 수술 시간에서 10%가량만 의사가 참여하는 격"이라면서 "간호조무사를 고용해 건당 500~1000만원에 이르는 모발이식 수술을 하루에 10건 이상씩 하는 의원도 있다"고 전했다.
모발이식 수술 과정을 설명하는 A 씨. /사진=김영리 기자
협의회 측은 모발이식 수술이 간호조무사가 대행하기 쉬운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8시간 동안 피부에 일일이 모낭을 심는 '노동집약적인 수술'이고, 개원의 입장에서 수익이 큰 '비보험 의료행위'이며, 생명과 직결되는 수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쉽게 말해 의료사고로 사망까지 이르는 영역이 아니니 의료인의 도덕적 해이가 더 쉽게 벌어지는 것 같다"면서 "환자의 피해가 크지 않으면 실제 재판으로 간다고 해도 의사가 집행유예나 200~300만원 수준의 벌금을 내면 끝"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의사들은 의료법 위반 판결을 받더라도 금고형 이상의 선고를 받지 않는 이상 의사 면허가 취소되지 않는다. 벌금에 그치는 선고를 받을 경우 의사면허가 그대로 유지된다.협의회는 '간호조무사와 의사 간 정보 비대칭'도 대리 수술의 원인으로 꼽았다. A 씨는 "간호조무사도 무면허 의료 행위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는데, 이 사실을 모르는 간호조무사들은 원장의 지시로 별다른 의구심 없이 대리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근본적으로 대리 수술을 종용하는 의사가 잘못한 것이 맞지만 간호조무사도 수술에 참여하기에 앞서 스스로 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협의회 측은 모발이식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병·의원의 10%가량이 불법 모발이식 대리 수술을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 이사는 "단적으로 페이닥터와 간호조무사 월급이 10배 가까이 차이 나는데 이런 솜방망이 처벌로는 쉽사리 대리 수술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대리 수술 건수 감소에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일정 부분 효과가 있다"며 의대 증원에 일부 동의했다. 의사 수가 늘어 의사의 급여가 낮아져야, 병·의원장 입장에서 송사에 휘말릴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간호조무사가 아닌 봉직의를 채용할 거란 설명이다.이어 A 씨는 지난해 9월 25일부터 시행된 '수술방 CCTV 설치 의무화' 법안도 효과가 있을 거로 봤으나 촬영물 보관 기간이 30일밖에 되지 않고, 처벌 수위가 벌금 500만원 등으로 높지 않아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짚었다.
모발이식 수술 과정을 설명하는 A 씨. /사진=김영리 기자
불법 대리수술 근절 의사협의회는 각 분과서 근무하고 있는 현직 의사 20명 이상이 모인 비영리 단체다. 비(非) 의사의 수술을 반대하는 단체로 불법 대리 수술 정황을 포착하고 이를 고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A 씨는 "피고발인 측에서 고발 취하를 요청하고 있으나 협의희 측의 의지는 강경하다"면서 "내부 고발을 하는 입장에서도 마음이 편하진 않지만 결국 의료계서도 자정하는 모습을 보여야 정직하게 모발이식 대리 수술을 하는 나머지 90%도 환자, 국민의 대척점에 서 있지 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속내를 밝혔다. 이어 인터뷰에 나선 이유와 관련해 "실태를 알리는 것이 때로는 집단을 향한 처벌 강화나 규제보다 효과적일 때가 있다"며 "모발이식 수술을 앞둔 환자들이 '대리 수술 우려는 없겠죠?', '선생님께서 수술 전 과정 참여하시는 것 맞죠?'라며 질문 한마디만 해도 의료계서 자정 작용이 일어날 수 있을 거라 본다"고 강조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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