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이후 첫 소설 낸 김호연 “돈키호테처럼 모험 멈추지 마세요”

김호연 소설가 인터뷰
3년만에 신간 발표
"장르 관계 없이 '스토리텔러' 되고파"
3년 전 출간된 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국내에서만 150만부 이상이 팔린 화제작이다. 대만과 일본, 태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 번역본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올해 하반기엔 영미권 최대 출판그룹 하퍼콜린스에서 영어판이 나온다.

<불편한 편의점> 이후 첫 소설 <나의 돈키호테>를 발표한 김호연 작가(50·사진)는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은 <불편한 편의점> 보다 훨씬 이전에 구상하고 준비한 소설"이라고 밝혔다. 김 작가는 2019년 스페인 마드리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정돼 세르반테스 <돈키호테>를 소재로 한 작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졌고, 출판사와 계약도 없이 쓴 <불편한 편의점>이 예상치 못하게 이른바 '대박'이 났다.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강연과 행사를 다니면서도 늘 '얼른 이 작품을 써야 하는데'란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나의 돈키호테>는 15년 전 동네 비디오 대여점 주인 '돈 아저씨'와, 그곳을 아지트로 삼았던 동네 중학생들의 우정과 꿈, 모험 등을 담은 소설이다. 세월이 흘러 중학생에서 어느덧 방송 PD가 된 솔이 자취를 감춘 돈 아저씨를 유튜브를 찍으며 찾아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김 작가는 "내 주장르는 휴먼 드라마"라며 "동네에 사는 익숙한 이웃들이 교류하면서 서로 위로를 주고받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이번 소설을 두고 "지금껏 쓴 작품들의 특징적 요소들이 모두 담긴 결정판"이라고 강조했다. 작품 속 인물들이 꿈을 키우고 우정을 나누는 중심 공간인 비디오 대여점은 <불편한 편의점>의 '올웨이즈 편의점'과 유사하다. '돈 아저씨'와 동네 중학생들이 결성한 '라만차 클럽'의 우정은 김 작가의 등단작 <망원동 브라더스>(2013)의 '망원동 포 브라더스'를 떠올리게 한다. 자취를 감춘 돈 아저씨를 찾아 대전에서 시작해 서울, 통영, 제주, 스페인까지 가는 여정은 두 라이벌의 여행길로 서사가 진행되는 <연적>(2015)과 닿아 있다. 고전 <돈키호테>에서 모티브를 얻은 건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에서 영감을 얻어 쓴 <파우스터>(2019)와 연결된다. 김 작가는 "그동안 이번 작품을 쓰려고 훈련해 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모든 걸 쏟아부어 썼다"고 말했다.

전작이 크게 성공한 만큼 차기작에 적잖은 부담감을 느꼈다고 한다. 김 작가는 "<불편한 편의점>으로 독자층이 청소년을 비롯해 다양한 연령대로 넓어졌는데, 이번 작품으로도 넓은 독자층을 만족시키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며 "고전 <돈키호테>를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도 어설프지 않게 소설 속에 녹여내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조만간 그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스페인 등을 취재한 일화를 엮어 <돈키호테를 찾아서>(가제)란 여행 에세이를 출간할 계획이다.
김 작가는 스스로를 '스토리텔러'라고 소개한다. 소설이란 장르 안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의미에서다. 실제로 그는 시나리오 작가로 글 쓰는 일을 시작했다. 만화 스토리 작가로 제1회 부천만화스토리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지금까지 쓴 다섯 편의 소설은 모두 영상화 판권 계약을 마친 상태다. <불편한 편의점>과 <망원동 브라더스>, <연적> 등은 연극으로도 만들어져 지난해 세 작품이 동시에 대학로에서 공연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김 작가는 "장르나 형식에 관계 없이 재미와 감동을 주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2007년 전업 작가를 시작하고 긴 무명 기간을 견뎌냈다. 비슷하게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후배 작가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돈키호테처럼 모험을 멈추지 말 것"이다.

"돈키호테가 세비야까지, 바르셀로나까지 계속 걸어가며 이야기를 완성했듯이, 꿈을 갖고 모험을 멈추지 않았으면 해요. 꿈이 없는 사람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있을까요. 꿈을 갖고 매일 걸으세요. 그러다 보면 결국 이야기가 완성될 겁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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