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도 끊기면 안돼"…에너지 민감성 높은 新사업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는 에너지 분야 소식을 국가안보적 측면과 기후위기 관점에서 다룹니다.

"데이터센터는 에너지에 엄청 민감한 고객(인공지능 운영사)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임무 수행에 필수적인(mission-critical) 시설이죠."미국 시카고 교외에 위치한 스트림 데이터센터의 한 임원은 최근 데이터센터 업계의 현황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그는 "우리 센터에 설치된 두 컴퓨터 서버 사이트에서는 전기의 끊김, 처짐, 감소 이 세 가지 단어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배터리저장장치와 24대 이상의 디젤 발전기가 언제든 32메가와트(㎿)의 예비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상시 대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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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부동산 회사 CBRE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 들어선 데이터센터 공간은 26% 확장돼 기록적인 규모의 건설 붐을 일으켰다. 인공지능(AI) 열풍에 의한 현상이다. 데이터센터 개발사들은 클라우드 기반 서버를 운영하기 위해 1차 호황을 겪은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엔 챗GPT 등과 같은 AI 제품을 구동하는 반도체 칩이 탑재된 서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과정에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로 인해 데이터센터는 더욱 큰 '전기 먹는 하마'가 되고 있다. AI 칩과 서버의 밀도가 높아지면서다. AI 기반 데이터센터의 평방피트당 전력 소비량은 10년 전(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비해 두 배나 증가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흐름에 따라 데이터센터에 발전기, 배터리저장장치, 변압기 등 각종 전기 장비를 설치하는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전했다.전기 장비 제조업체(이튼, ABB, 슈나이더 일렉트릭 등)와 발전기 제조사(캐터필러, 커민스 등)가 대표적인 수혜 업종이다. 이들 기업은 "AI 기반 데이터센터의 확장이 전기 장비 및 발전기 판매 증가의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지난해 하반기 댈러스에 기반을 둔 콤파스 데이터센터와 향후 5년 간 조립식 전력 관리 장비를 제공하는 30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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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민스는 올해 발전 사업 매출이 기존에 예상했던 5~10% 성장에서 10~15%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제니퍼 럼지 커민스 최고경영자(CEO)는 "데이터센터 발전기 전용 95리터짜리 엔진이 2025년까지 완판됐다"며 "해당 엔진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캐터필러의 발전용 디젤 엔진 매출도 2023년 64억달러로, 전년 대비 29% 늘었다.

올해 1분기에는 발전용 엔진 매출이 26%나 더 증가했다. 캐터필러는 인디애나주 라파예트 공장에 7억2500만달러를 투자해 엔진 제조 설비를 확장키로 했다. 이튼은 최근 "데이터센터 전용 전기 장비 주문이 지난 12개월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보고했다데이터센터 개발 업계에 따르면 백업 전력, 공기냉각, 배전 장비 등 건물 운영 시스템은 건설 비용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각 부문의 설치 비용은 통상 5억달러에서 10억달러에 달한다. 대형 디젤 발전기는 대당 150만달러 수준이다. 최근 주문량이 급증함에 따라 제조사들로부터 발전기를 공급받으려면 길게는 2년까지 대기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업 전력이 필요한 비상 사태는 드물지만 그럼에도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이 보완 설비를 늘리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데이터센터 개발사인 클라우드HQ에 따르면 버지니아주 데이터센터에서는 일반적으로 1년에 한두 번 정전이 발생해 백업 발전기가 동원되고, 약 1~2분 동안 가동한 후 일반 전력 서비스가 재개된다. 클라우드HQ는 "지역 송전선에 연결된 자체 변전소에서 전력을 끌어오기 때문에 주내 정전 피해가 데이터센터로 번지는 것을 막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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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저장장치와 비상 발전기 외에도 무정전 전원 공급장치(UPS)가 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전력의 일시적인 감소 등 각종 불규칙성을 완화하는 데 쓰이고 있다. 그러나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데이터센터 전략 책임자인 아담 콤튼은 "최근 서버는 약간의 전력 저하나 정전에 대한 내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민감도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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