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홍진경 사칭 잡아낸다…1200억 사기 막는 신기술

국내 스타트업이 유명인 사칭 범죄를 예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나섰다. 최근 유재석과 홍진경 등 방송인을 사칭해 수십억원대 금전을 갈취하는 범죄가 기승하면서다. 정부가 관련 태스크포스를 꾸리는 등 올해 하반기부터 유명인을 사칭한 금융투자사기 규제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마크비전, ‘사칭 차단 서비스’ 출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마크비전은 유명인과 기업, 기관 사칭 게시물을 탐지하고 제거하는 ‘사칭 차단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7일 발표했다. 실시간으로 온라인상의 사칭 정황을 탐지하고 분석해 사이트를 폐쇄하고 플랫폼 신고로 게시물 삭제까지 지원하는 AI 솔루션이다. AI 기반의 도메인 스크리닝 기술로 전 세계에 등록된 99% 이상의 도메인을 탐지하고 있다. 해당 기술을 활용하면 의도적으로 오탈자를 적용한 유사 도메인을 탐지해 사칭 정황을 찾아낼 수 있다.

브랜드 로고 탐지 자동화 기능인 ‘로고 디텍션(Logo Detection)’과 OCR(광학 문자 인식) 기술을 활용하기도 한다. 15개 이상의 언어를 인식해 다국어로 확산되는 사칭 광고 게시물까지 탐지하고 있다.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SNS), 메신저 및 비디오 플랫폼 등 1500개 이상의 다양한 채널들을 연동해 폭넓은 대응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두나무가 운영하고 있는 암호 화폐 거래소 업비트는 최근 마크비전과의 협업으로 사칭 사례를 탐지하고 있다.

스타트업 딥브레인AI는 범죄 예방을 위한 딥페이크 탐지 솔루션을 경찰청에 제공하고 있다. 고개 각도와 입술 발화, 안면 근육 변화 등 패턴을 분석해 실제 인물과 유사도를 측정한 후 딥페이크 유무를 탐지하는 기술이다. 이미지와 영상은 픽셀 단위로 분석하고 음성은 주파수와 시간, 노이즈 등 다양한 조작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탐지 시간은 10분 이내로 딥페이크로 판명될 경우 가짜(Fake)로 표시된다.인피니그루는 경찰과 검찰 등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을 예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허위 사칭 이미지와 악성앱, 미끼 문자 등 다양한 범죄 방식에 대응하는 8대 탐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경찰청과 함께 운영하는 ‘시티즌코난’ 앱은 사용자의 휴대전화에 악성 앱이 접근하는지를 사전에 확인하고 차단해 사기 범죄를 예방하는 서비스다.
사진=연합뉴스

◆유명인 사칭해 리딩방 초대 후 수십억원 갈취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개그맨과 방송인을 사칭해 불법 리딩방으로 초대한 뒤 수억원대 입금을 요구하는 사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엔 홍진경을 사칭한 계정만 100여개로 홍진경 사진을 프로필로 등록해 ‘홍진경 재테크’ ‘홍진경 주식 분석’ ‘홍진경 투자 공유’ 등의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들은 “주식 투자로 100억원 이상 벌었다. 저를 따라 배워 1200%의 이익을 얻었다”라며 투자금 명목으로 수억원대 입금을 유도했다.유재석과 송은이, 황현희 등 137명은 지난 3월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 해결을 위한 모임'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경찰은 유명 개그맨을 사칭해 주식 리딩방을 개설하고 15억원대 금전을 갈취한 일당을 대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경기도 사찰을 운영하는 60대 승려도 3억원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9~12월) 유명인 사칭을 포함한 투자 리딩방 불법행위 피해 건수는 1000여건으로 피해 금액은 1200억원을 넘어섰다.

네이버는 지난달 ‘사칭피해’ 신고 창고를 개설했다. 네이버 밴드 등 네이버 서비스 내 사칭으로 인한 피해를 보았을 경우 즉각적으로 신고할 수 있다. 구글은 공인과 브랜드 등의 지위를 사칭하거나 허위로 암시해 이용자가 금전이나 개인 정보를 제공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정책위반 시 사전 경고 없이 광고 계정을 정지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불법사금융 및 금융투자사기를 전담하는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다음 달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를 발표할 계획이다. TF에는 국무조정실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한다. 영국 등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플랫폼 역할을 강화하는 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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