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사업에 필요한 '킬러 앱' 서비스는

우건의 아시아 주식 이야기
오픈AI의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에 따른 그래픽처리장치(GPU) 사용량 증가로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크게 늘어났다. GPU 칩이 들어간 서버의 출하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엔비디아, AMD를 비롯해 대만의 Alchip, Compal, Accton 등 칩 디자인 기업, 일본의 디스코, 도쿄일렉트론 등 반도체 장비업체, 한국의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들의 주가가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런 흐름은 지속될 수 있을까.

반도체 관련 업종은 급격한 매출과 이익 성장을 겪었다. 하지만 이런 반도체 매출 성장은 얼마나 지속성이 있을까. 이들 반도체를 사가는 업체들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아마존 등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이다. 클라우드 업체는 매출 대비 설비투자(CAPEX) 비중이 아직 과거의 고점 수준을 달성하지 못해 더 쓸 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지속적 투자를 하려면 매출을 일으켜야 한다.AI는 놀라운 기술적 진보를 보여줬지만 지금까지 뚜렷한 ‘킬러 앱’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오픈AI 소라, 구글의 바드 검색 등은 분명히 생산성을 올려주는 도구들이다. 하지만 킬러 앱은 소비자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돈이 드는지도 모르고 빠져들어서 사용하고 싶어 하는 서비스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현재까지 나온 LLM 서비스는 부족하다. 다시 말해 앵그리버드 같은 게임이나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서비스, 유튜브와 같은 영상 플랫폼 같은 게 등장해야 한다. 이런 서비스들의 공통점은 즐거움을 주는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기존 코파일럿과 소라는 좋은 앱이지만 몰입해서 사용하게 하지는 않는다. 즐거움이 아니라 효용만 주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AI 서버에 대한 투자는 사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소비자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받는 돈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주주들에게 투자받은 돈으로 연명하는 구조다. 반도체를 비롯한 AI 관련 산업이 다시 큰 폭의 성장을 보여주려면 즐거움을 주는 플랫폼 서비스가 필요하다. LLM에 맞는 ‘즐거운 서비스’는 영화 ‘허(Her)’에 나온 높은 수준의 친구 서비스가 아닐까. 현대인들은 많이 외롭다. 이런 서비스엔 시간과 돈을 쓰지 않을까.

우건 매뉴라이프자산운용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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