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베트남·멕시코 통한 美 우회수출 4배 늘었다

美·中 분쟁 6년…우회 규제 착수

부품 수출, 가공후 원산지 바꿔
中부품 쓴 韓기업 공급망 조정을
중국 기업이 미국 정부의 무역 제재를 피하기 위해 베트남 멕시코 등으로 우회수출하는 물량을 4년 새 두 배 가까이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베트남 멕시코에서 중국산 이외 부품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가 6일 발표한 ‘중국의 대(對)미국 우회수출 추이 분석’에 따르면 중국이 베트남을 통해 미국에 우회수출한 규모는 2022년 30억2000만달러다. 2018년 15억7000만달러에서 92.4% 증가했다. 멕시코를 통한 우회수출도 같은 기간 53억달러에서 105억5000만달러로 99.1% 늘었다. 우회수출은 제3국으로 상품, 부품을 수출해 가공한 뒤 원산지를 바꿔 제재 시행 국가로 수출하는 행위를 말한다. 무협은 아시아개발은행 세계산업연관표(ADB MRIO)를 바탕으로 국가 간 중간재 수출 흐름을 분석해 우회수출 규모를 추정했다.중국이 우회수출을 크게 늘린 것은 미국 정부가 2019년 ‘통상법 301조 대중 관세’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UFLPA)’ 등의 제재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 21.9%에서 지난해 14.1%로 줄어든 ‘빈틈’을 우회수출로 메운 것이다. 위구르 지역 주요 생산품인 섬유, 화학물질, 태양광 패널이 포함된 전기광학장비 등의 우회수출이 늘어난 게 증거로 꼽힌다.

제3국을 거쳐 수입된 제품에 대해 미국 세관이 통관을 거부하는 규모도 갈수록 늘고 있다. 2022년 10월부터 올 3월까지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운송된 물품 중 전자기기 1억2000만달러어치, 제조업 부품·소재 3950만달러어치가 세관을 통과하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수출통제 리스트’에 화웨이, SMIC 같은 중국 기업을 지속적으로 추가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멕시코 우회수출 제재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추가 규제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전통 산업이 포진한 ‘러스트벨트’가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서다.무협은 보고서를 통해 “베트남 멕시코에 공장을 둔 한국 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중간재를 사용할 때 원산지에 유의해야 한다”며 “중국산 이외 부품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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