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맛보는 아메리칸드림"…美기업, 남미·영국서도 원격 고용

해외 인력 아웃소싱 대행사 호황

미국 일손 부족에 인건비 치솟자
외국서 구인 의뢰하는 기업 늘어

구직자도 보수 높은 美기업 선호
가족과 헤어지지 않고 해외 취업
나초 데 마르코 바이레스 공동창업자는 지난달 18일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웹서밋 콘퍼런스에서 “전통적으로는 다른 나라에서 일하려면 고국과 가족을 떠나야하지만, 아웃소싱 원격 근무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바이레스데브 유튜브 계정
미국 기업들이 해외 전문 인력을 적극적으로 고용하며 아웃소싱 대행사들이 호황을 맞았다.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비롯한 전문인력 인건비가 치솟자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낮은 국가에서 인재를 구하려는 기업들이 급격히 늘고 있어서다. 라틴아메리카, 유럽 인재들은 출신 국가에서 근무하는 것보다 미국 기업에서 높은 보수를 보장받을 수 있고 양질의 경력도 쌓을 수 있어 미국 근무를 선호한다. 그 배경엔 코로나19 기간 동안 자리잡은 원격근무 지원제도가 있다.

원격근무 체제 구축된 덕분

WSJ는 미국 기업들이 계속되는 노동력 부족과 임금 상승 탓에 해외서 사람을 찾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매출 성장을 기준으로 주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상위 100위에 아웃소싱 대행사인 아데바(9위), 바이레스데브(62위), 집데브(99위) 3곳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코로나19 기간 원격근무 체제가 구축된 가운데 미국 테크업계 인력감축이 겹치면서 추가 인력수요를 해외서 찾는 경향이 강해졌다. FT는 미 고용 정보 사이트 레이오프를 인용해 지난 한 해 동안 테크 분야에서 약 26만3000명이 해고됐다고 전했다. 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지난해 8월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미국 기업 관리자 7.3%는 원격근무로 인해 더 많은 일자리를 해외로 옮기고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원격근무를 도입한 바이레스데브는 2019년 3600만달러였던 매출이 2022년에는 3억1400만달러로 뛰었다. 약 4000명의 임직원 전원이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원격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바이레스데브 측은 전했다. 카테리나 트라체스카 아데바 공동창업자는 “고객사들은 팬데믹을 거치며 원격 근무가 생산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사내 경영관리팀도 전 세계에서 일하고 있다”고 FT에 전했다.

‘고국서 누리는 아메리칸 드림’

다니엘 알텐버그 집데브 공동창업자는 “개발자들은 회사에 ‘멋지고 힙한’ 스타트업 일자리를 찾아줄 수 있는지 문의한다”면서 “개발자들에게 아웃소싱 업무는 마치 집에서 편안하게 아메리칸드림을 맛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FT는 “기업이 채용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법적 책임은 크게 지지 않으면서도 더 넓은 인재 풀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인력 아웃소싱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행사들은 영어 실력을 갖추고 학사 학위를 취득한 인재들을 우수인력으로 분류한다고 FT는 전했다.임금 수준도 기업 및 인력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FT는 설명했다. 계약 인력들의 임금은 미국 인력에 비해 절반가량 저렴하지만, 현지에서는 높은 임금에 속하기 때문이다. 바이레스데브는 임직원의 80%는 연간 최소 3만달러(약 4160만원)에서 최대 8만달러(약 1억1090만원)를 받는다고 전했다. 미국 노동청에 따르면, 이는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평균 연봉인 13만달러(약 1억8020만원)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바이레스데브 측은 “이는 개발자의 본국에서는 소득 상위 5%에 속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아데바는 “시급으로는 40~70달러(약 5만5000원~9만7000원)를 직원에게 지급하고 있으며 인공 지능 전문가나 고위 관리자의 경우 임금 수준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도 아웃소싱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영국 개발자도 미국 기업이 선호하는 인재다. 미국에 비해 인건비가 낮게 형성된 데다 최근 파운드화가 달러화에 비해 약세를 보인 것이 영향을 주고 있다. 슈레야스 고팔 도이체방크 분석가는 “파운드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영국 기업 고용 비용을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영국에서 경영 컨설턴트, 개발, 금융 서비스 등의 서비스를 수출 가치는 약 900억달러(약 124조7270억원)에 달한다.

인력(HR) 컨설팅업체인 로버트하프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로 꼽히는 클리블랜드에서 일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런던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보다 4만달러(약 5543만원)가량 더 많은 연봉을 받는다. 니컬러스 블룸 스탠퍼드대 교수는 “지난 15년 동안 미국 경제가 탄탄히 성장하며 임금이 오른 까닭에 해외 진출은 더욱 매력적인 선택지가 됐다”며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기업은 미국 내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보다는 영국 북부로 가는 것이 더 저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 외에도 언어, 세금 공제, 미국과 유사한 사회 시스템 등이 미국 기업이 영국 인력을 찾게 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인력 아웃소싱 붐은 지속될 전망이다. 블룸 교수는 미국에서 약 10~20%에 달하는 직종이 향후 10년 이내에 해외로 이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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