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베트남까지…459억개 초코파이로 나눈 '情'

K식품 스테디셀러 스토리

50년간 글로벌 매출 7兆 돌파
中 소각사건 후 '황금비율' 찾아
1970년대 초 오리온 연구소 직원들이 한국식품공업협회 주관으로 미국·유럽 출장을 떠났다. 한 카페테리아에서 우유와 함께 나온 초콜릿 코팅 과자를 먹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후 2년여의 개발 기간을 거쳐 1974년 4월 나온 신제품이 초코파이다. 50여 년이 흐른 지금 초코파이는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렇다 할 간식이 없던 시절, 초코파이는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만들기 무섭게 팔려나갔다. 초코파이가 세대와 국경을 뛰어넘는 간식이 된 배경으로 ‘정(情) 마케팅’을 빼놓을 수 없다. 오리온 관계자는 “입대하는 삼촌에게 조카가, 야단맞은 아이가 선생님께 전하는 따뜻한 마음이 초코파이에 스며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해외에서도 정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중국에서 초코파이는 ‘하오리유(好麗友, 좋은 친구)’라는 브랜드로 판매한다. 베트남에서는 정을 의미하는 ‘tinh’을 내세워 마케팅하고 있다.초코파이는 국내 성공을 토대로 1997년 중국에 생산공장을 설립하며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베트남과 러시아, 인도에도 공장을 지었다.

해외 매출은 2007년 국내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초코파이의 누적 매출은 국내 2조3000억원, 글로벌 7조원이다. 초코파이는 현재 세계 60여 개국에서 팔린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세계에서 팔린 초코파이는 458억5000만 개에 달한다.

초코파이는 중국에서 한때 위기를 겪기도 했다. 1995년 “곰팡이가 발견됐다”는 소비자 불만이 접수됐다. 오리온은 제품 전량인 10만 개를 수거해 모두 불태웠다. 소각 사건 이후 오리온은 1년여간 연구 끝에 방부제 없이도 마시멜로의 수분을 제어할 수 있는 황금비율을 찾아냈다. 이후 초코파이는 춥거나 더운 나라에서도 6개월 이상 변함없는 품질과 맛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오리온은 초코파이 50주년을 계기로 아시아를 넘어 북미 인도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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