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밸류업' 국9조, 성공할 수 있을까 [조평규의 중국 본색]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국9조, 방향성은 긍정적"
"국9조, 사회주의 기반…시장 자율성 훼손될 수 있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 국무원이 최근 새로운 '국9조(國九條)'를 발표했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국9조'는 자본시장의 감독과 위험을 예방하고 시장의 고품질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약간의 의견'입니다. 2014년에 이어 10년 만에 나온 것으로 시진핑 주석이 주창한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을 자본시장에서 적용하기 위한 국가의 금융 정책입니다.

'국9조'는 중국 자본시장에 대한 당 중앙과 국무원의 높은 관심을 드러냅니다. 또 작년 8월 이후 주식 시장의 법·제도적 문제점과 낙후한 시스템을 개선하고 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아울러 부동산 시장 침체로 소비보다 저축으로 몰리는 추세를 주식 투자로 유도하려는 당국의 의도도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 우칭 당서기는 '국9조' 시행을 감독하기 위해 최근 베이징, 항저우, 상하이 등지를 순회하며 상장기업 및 유관기관과 심도 있는 교류를 통해 의견과 제안을 청취하고 있습니다. 또 새로운 정책이 빠르게 효과를 내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말 시진핑 주석은 베이징에서 중앙금융공작회의를 주관했습니다. 당시 시 주석은 "금융은 국민경제의 혈맥이며 국가 핵심경쟁력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금융 감독을 강화하고 금융시스템을 개선해 중국 금융을 발전시켜 강대국 건설과 민족중흥의 위업을 달성하자"고 강조했습니다. 이 자리엔 리창 총리를 비롯해 자오러지, 왕후닝, 차이치, 딩쉐샹, 리시 등 중앙정치국상무위원 7인이 모두 참석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9조' 조치는 앞선 회의의 후속 조치입니다. 마르크스주의 금융이론을 현대 중국의 현실과 결합한 '신질 생산력'에 적용한 것으로 이론혁신, 제도혁신, 실천혁신을 추진해 중국적 특성을 살린 자본 시장의 고품질 발전을 위한 기본적 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국9조'에는 상장기업의 품질을 향상하기 위해 '발행 및 상장 접근의 엄격한 통제와 감독', '상장폐지 감독 강화', '증권 및 펀드 기관 그리고 거래의 감독 강화'에 대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자본시장에 대한 강력한 감시·감독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밸류업 정책도 '국9조'에 포함됐습니다. 당국은 밸류업 대상을 민영기업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또 상장사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 다년간 현금배당을 하지 않았거나 규모가 작은 기업은 관리종목 지정 등 페널티를 부여해 주가 상승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주식 시장의 상장폐지 기준을 더욱 엄격히 적용해 상장폐지 과정에서 투자자 보상 및 구제 시스템을 개선하고, 불법 상장폐지에 책임이 있는 지배주주, 실제 지배인, 이사 및 임원은 법에 따라 투자자에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장기업의 이익을 훼손한 부정행위, 내부자 거래 및 시장 조작에 대한 민사 배상에 대한 사법해석, 사모펀드 자금의 횡령, 수탁재산의 부정 사용에 대한 불법행위와 증권 및 선물 범죄에 대한 합동 단속도 강화합니다. 중소〮벤처기업 전용 장외 거래 시장인 신삼판(新三板)에 상장된 기업에 대한 감독도 강화됩니다.자본시장 중앙 순시조(巡視組)와 감시·감독팀은 사회주의적 정치이념이 강한 전문 인사들로 구성되어, 당(黨)에 대한 충성과 청렴을 기준 잣대로 새로운 고품질 통치를 자본시장에서 구현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식 시장에선 수요와 공급이 실시간으로 일치할 때, 거래가 이뤄집니다. 중국의 새로운 '국9조'는 사회주의 사상에 기반한 감독과 통제 수단을 강화하고 있어 자율성이 심하게 훼손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아울러 법에 의한 통치(rule of law)가 아닌 인치나 관계(꽌시)의 영향이 강하게 미칠 가능성이 높아 성공 여부를 속단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이번 조치는 중국의 주식시장 거버넌스 시스템의 구축, 전문성 확보, 투자자의 정당한 권익 보호, 위험 예방 및 고품질 개발 촉진 등을 주요 노선으로 삼은 방향성은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감시 감독 강화가 오히려 기업의 자율성을 해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나아가 전체주의 금융관리로 회귀하면 자본시장이 모순된 상황에 빠지거나 경색될 가능성도 높습니다.'국9조'는 중국 자본시장 개혁을 위한 조치이지만, 우리의 자본시장은 중국 자본시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새로 등장한 '국9조'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는 필수적입니다. 우리가 중국의 자본시장 변화를 알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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