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위험자산 투자비중 65%까지 높인다

18년만에 자산배분체계 3단계로
70년 초장기 포트폴리오 추가
투자 칸막이 낮춰 수익 극대화
▶마켓인사이트 5월 2일 오후 5시 20분

국민연금공단이 장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18년 만에 자산배분 체계를 개편한다. 기준 포트폴리오에 70년짜리 초장기 자산배분안을 추가 도입하기로 했다. 투자 칸막이를 낮춰 유연하게 대체투자 집행에 나설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2일 올해 제3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 방안’을 심의, 의결했다. 기준 포트폴리오란 수익률과 위험군을 주식(위험자산), 채권(안전자산) 등 단순한 자산군의 조합으로 나타낸 포트폴리오다. 기금위는 위험자산 65%, 안전자산 35% 모델을 장기 운용 방향으로 제시했다. 대체투자 자산군에 먼저 적용한 뒤 향후 주식과 채권 자산군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국민연금은 기준 포트폴리오 적용에 따라 5년 단위 전략적 자산배분(SAA), 1년 단위 전술적 자산배분(TAA)과 함께 3단계 자산배분 체계를 갖추게 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006년 도입된 현재의 자산배분 체계는 장기적 운용 목표가 없고 사전에 정해진 자산군에만 투자할 수 있어 신속하고 유연한 투자 결정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했다.최상단 지침에 해당하는 기준 포트폴리오는 70년간 투자 방향성을 나타내는 지침 역할을 하게 된다. 기준 포트폴리오에서 전체 위험 수준을 결정하면 이 수준에 맞춰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자산군으로 구성된 5년 단위 중기 SAA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연간 단위 TAA 계획을 짜게 된다.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에 따라 대체투자 내 칸막이가 낮춰질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171조원에 달하는 대체투자를 사모주식, 인프라, 부동산으로 나눠 투자하고 있다. 자산군별로 각각 4 대 3 대 3 비율을 맞추고 있다. 앞으론 이 비율을 맞추지 않고 상황에 따라 특정 자산군의 비율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채권 80%, 주식 20% 속성을 가진 기업 인수금융 자금을 회수해 비슷한 속성의 부동산 멀티패밀리(임대주택) 자산을 매입하는 식이다.

투자 집행에도 속도를 내게 된다. 주식과 채권으로 나눠 투자하게 돼 새로운 속성을 가진 투자 자산을 편입하기 쉬워서다. 그간 국민연금은 데이터센터, 리츠(부동산 투자회사)처럼 부동산과 주식, 인프라 속성을 모두 가진 자산군에 투자를 집행하기 까다로웠으나 제도 도입과 함께 이른바 ‘회색 지대’에 속한 자산군에 투자를 집행하기 더 수월해진다.벤치마크(BM)를 현실화해 안정적으로 대체투자 자산을 집행할 수 있게 되는 측면도 있다. 기준 포트폴리오를 도입하면 투자 자산마다 주식과 채권으로 구성된 BM이 각각 부여된다. 국민연금 운용역은 이 BM을 웃돌도록 성과를 내면 된다. 그간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부서는 물가 지표(CPI)와 연동된 높은 BM 수익률을 요구받았는데, BM 현실화를 통해 더 안정적으로 대체투자 자산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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