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누리당 대표를 비대위원장에 앉히는 국민의힘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됐다. 황 위원장은 약 두 달 뒤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가 뽑힐 때까지 당을 이끌게 된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년간 비대위를 꾸리는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집권당이 이렇게 지리멸렬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말 그대로 비상 상황이라면 그에 걸맞은 절박하고 결연한 각오가 필요한데, 국민의힘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비대위원장 인선 구인난에 시달린 것만 봐도 그렇다. 짧은 임기에 책임은 커 한결같이 손사래를 치는 바람에 인선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비대위원장을 맡을 만한 중진들은 국회 부의장이나 차기 대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10여 년 전 국민의힘 세 번째 전신(前身) 정당 대표를 맡았던 당 원로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 게 집권당의 현주소다. 당이 침몰하고 있다면 중진부터 앞장서 희생할 각오를 다지는 게 정상인데, 모두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 셈법만 따지면 어떻게 당을 쇄신할 수 있겠나.

‘황우여 비대위’ 체제는 두 달간의 관리형이라고 하지만, 당이 정상 궤도에 올라설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주어져 있다. 무엇보다 집권당다움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거대 야당이 입법 폭주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고,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다 차지하겠다고 하는데 국민의힘은 뚜렷한 대야(對野) 전략 없이 무기력하기만 하다. ‘여소야대’ 자조가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치밀한 논리로 맞대응하는 등 소수 여당다운 결기를 보여야 한다. 다급한 국정 과제인 의료·연금 개혁이 표류하지 않도록 뒷받침하고 보수 가치 수호에도 힘을 써야 한다. 대표에 5선 의원, 원내대표, 사무총장,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을 지낸 황 위원장의 풍부한 경륜이 제대로 발휘되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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