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재밌어 해도 되나?…비호감 대격돌 변요한X신혜선 '그녀가 죽었다' [종합]

영화 '그녀가 죽었다' 5월 15일 개봉
톤 변화 한 스릴러 영화 "비호감으로 느낄 것"
"관찰 152일째, 그녀가 죽었습니다."

선은 없다. 악만 있다. 예측 불가한 전개, 신선한 연출, 그리고 누가 누가 더 '비호감'인가 대결하는 듯 혼을 불사르는 연기까지. 변요한, 신혜선, 이엘 주연의 영화 '그녀가 죽었다'의 이야기다.이 영화는 훔쳐보기가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가 관찰하던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인자의 누명을 벗기 위해 한소라 주변을 뒤지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구정태는 고객이 맡긴 열쇠로 그 집에 들어가 남의 삶을 훔쳐보는 '관음증' 공인중개사다. 한소라는 편의점 소시지를 먹으며 비건 샐러드 사진을 포스팅하는 전형적인 '관종' 인플루언서.

집을 내놓은 한소라의 집에 침입한 구정태는 어느 날 한소라가 집에서 죽은 것을 목격하고, 도망친다. 하지만 강력반 형사 오영주(이엘)의 수사망이 그를 향해 좁혀오고 스스로 결백을 밝히기 위해 한소라의 주변 인물을 뒤지며 진범을 찾아 나선다.영화는 독특한 설정의 캐릭터를 바탕으로 지금껏 선보인 적 없는 스타일의 스릴러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재밌는데 불쾌투성이다.
/사진=미시간벤처캐피탈㈜
변요한은 29일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결론적으로 구정태를 비호감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 안에 흘러가며 더욱 비호감으로 느껴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인중개사란 직업이 신뢰도가 굉장히 높다. 하지만 구정태는 직업을 이용해 남의 사생활과 자신의 취미, 호기심을 풀어나가는 인물"이라며 "대본에 나와 있는 것에 집중했고 이 인물을 통해 관객에게 느끼게 하고 싶은 바가 많았다"고 했다.그러면서 "전작에서 강한 역할을 많이 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배우들과 호흡만 잘 할 수 있다면 구정태를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란 확신을 갖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신혜선은 "저는 공감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감정적으로 동화되거나 그런 경험을 이번 작품에선 못했다"며 "제가 가진 얼굴과 느낌에서 가장 가증스러워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녀가 죽었다'로 첫 연출에 도전한 김세휘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걱정했던 포인트는 주인공들이 정상적이지 않은 행동을 절대 옹호나 미화하지 말고 그들의 시련은 행동으로 인한 결과니까 그릇된 신념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관객이 평가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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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죽었다'는 구정태, 한소라 두 사람의 내레이션이 자주 등장한다. 이와 관련해 김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면서 저도 캐릭터가 너무 비호감이라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내레이션하면 직접적으로 관객에게 말을 거는 거니까 이들이 자기변명을 늘어놓는 형식이라면 이 인물의 감정적 포인트를 가져가고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벌이는지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관음증인 구정태는 관객을 향한 직접적인 내레이션을, 관종인 한소라는 자신에게 말을 거는 형식으로 표현했다. 김 감독은 "같은 사람이지만 방식의 차이를 뒀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범죄 미화에 대한 우려도 당연히 있었지만 스스로 경계했다"며 "사건들이 몰아치는데 모든 것은 그의 행동에서 비롯된 것들이라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구정태는 본인이 소중하게 여긴 평판을 잃어버린 사람이다. 받을 수 있는 큰 벌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미화의 의도는 전혀 없다. 관객들도 잘 판단해 주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변요한은 '평범한' 연기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그는 "'나 변태야' 하는 식으로 해보려고 했다면 결승까지 갈 수 없었을 것"이라며 "힘을 빼고 연기 해야 천천히 스며들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천천히 다가갔다"고 했다. 아울러 "어느 순간 영화는 흘러있을 거고 구정태의 성향과 기질이 이상하게 보일 거라고 자연스럽게 느끼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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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비정상적이고 비호감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는 것에 위험부담은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SNS가 사회의 주요한 소통 창구가 되면서 관종, 염탐, 관음 등이 부작용처럼 나타난 것"이라며 "그런 캐릭터로 상황을 보고, 동질감을 느끼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 경악할 거라고 생각한다. 쟤네는 이상하다는 마음이 들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러기 위해 저희 캐릭터는 관객이 동정할 틈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변명, 정당화를 한다. '나는 그 정돈 아니었어, 보기만 했잖아', '나는 내가 불쌍해'라고 말한다. 그런 걸 표현하기 위해 비호감적 인물, 관종이나 관음의 끝에 있는 인물로 표현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신혜선은 '그녀가 죽었다'에 대해 "끝이 알 수 없는 스릴러"라고 평가했고 변요한은 "보면서 이상한 놈들이라고 느끼고 불쾌감을 느꼈다면 성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경쾌한 스릴러로 톤의 변화를 줬지만 몰아붙이는 사건, 휘몰아치는 감정이 많아서 장르적 재미를 느끼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오는 5월 15일 개봉.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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