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망국 정책'이었다"…日경제학자의 작심 비판 [김일규의 재팬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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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 모타니 고스케일본은행은 지난 3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에 마침표를 찍었다.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고,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했다. 30년간 이어진 디플레이션에서 탈출, 2% 물가 목표를 지속적·안정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베노믹스는 일본 경제의 가치 떨어뜨려"
명목 GDP 주춤, 주가 상승에도 개인 소비 제자리
엔저 폐해로 국부 유출, "일본 경제 존재감 사라져"
임금 인상으로 개인 소비 늘려야 기업 매출도 증가
대규모 금융완화는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한 축이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완화적 통화정책, 재정지출 확대, 구조 개혁 등 ‘세 가지 화살’로 비유되는 경기 부양책을 썼다. 지난해 물가는 3%대까지 회복했고,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서 주가도 올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아베노믹스에 대한 전혀 다른 평가도 있다. 2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 모타니 고스케는 “일본 경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망국 정책이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대한 실험이었지만, 실패했다는 것이다.
모타니는 2010년 출간한 ‘디플레이션의 정체’에서 금융완화는 내수를 확대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은 청년 임금 인상, 여성의 취업과 경영 참여 촉진,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증가뿐이라고 썼다. 그는 아사히 인터뷰에서 “14년 전 제안한 세 가지 대책의 중요성을 마침내 정·재계까지 이해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한 성과”라고 말했다.
모타니는 우선 “물가 상승에 따라 증가했어야 하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012~2023년 연평균 1.5% 증가에 그쳤다”며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개인 소비는 제자리걸음이다. 엔저의 폐해만 눈에 띈다”고 비판했다.특히 엔저로 국부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는 게 모타니의 주장이다. 그는 “일본은행이 국채와 주식을 사들인 결과 금융완화를 포기하기 어려워졌고,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도 고정화되면서 달러당 150엔대의 엔저가 지속되고 있다”며 세계은행의 구매력평가기준 환율(물가가 같아지도록 계산한 환율)이 달러당 100엔 미만임을 감안하면 에너지, 식량, 소프트웨어, 무기 등을 해외에서 사 올 때마다 1.5배 이상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플레이션 탈출과 경제성장을 목표로 한 아베노믹스는 전혀 반대의 결과를 초래한 일본 역사에 길이 남을 어리석은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버블 붕괴 후에도 성장세를 이어가던 일본 경제가 완전히 위축됐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의 명목 GDP는 노다 요시히코 정권이었던 2012년 6조20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그러나 엔저를 유도한 아베 정권 말기인 2019년에는 5조1000억 달러로 약 20% 줄었고, 엔저가 가속한 2023년에는 4조2000억 달러로 3분의 2까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로 보면 연 3.6%의 마이너스 성장”이라며 “세계가 보는 일본 경제의 존재감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엔고가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반박했다. 모타니는 “1985년 플라자 합의에 따른 엔고 현상이 시작된 이후 일본의 수출은 엔화 기준으로 두 배 이상, 달러 기준으로는 더 증가했다”며 “일본 수출의 주력인 부품, 고기능 소재, 생산용 기계 등 B2B(기업용) 하이테크 제품은 가격과 상관없이 품질로 팔렸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경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임금 인상으로 개인 소비를 늘리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소비 확대가 기업의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다. 모타니는 “주가 상승이 경제를 성장시키지 않았고, 주가 하락으로 경제가 위축되는 것도 아니다”며 “주가는 내려가도 실질소득이 올라가고 경제가 성장하는 일본을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