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대표 "착취 관리자" 독설에…교수들 "내부 총질"

의료계 내분 점입가경

박단, SNS 비판글에 논란 확산
교수들 "지지할 필요 없다" 격앙
사진=뉴스1
사직서를 내고 환자 곁을 떠난 전공의들을 감싸오던 의대 교수들과 전공의 사이에 내분 조짐이 일고 있다. 전공의 대표가 의대 교수를 비판하는 글을 개인 SNS에 올린 게 발단이다. 의료계 내분이 장기화하고 있는 의정 갈등을 해결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사진)의 발언으로 의대 교수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지난 12일 밤 페이스북에 “수련병원 교수들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불이익이 생기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들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착취의 사슬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해왔다”는 모 언론사의 기사 내용 일부를 올렸다.의대 교수들을 비롯한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의대 교수들은 박 위원장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강홍제 원광대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지지세력에 기관총을 난사하는 것은 대통령만이 아니었다. 실망이다”며 “사제지간이 아니라 직장상사와 부하직원 관계라면 더 이상 전공의를 교수들이 지지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의대 교수는 “교수 사회에선 대통령이 담화에서 의사를 두고 ‘카르텔’로 지칭하며 범죄자 집단으로 몰았을 때 일었던 분노와 허탈에 버금가는 파문이 일고 있다”며 박 위원장을 비판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도 페이스북에 “박 위원장이 직접 쓴 글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 문단을 복사해 넣은 것은 그 부분과 뜻을 같이한다는 의미가 된다”며 “교수들을 비롯한 일부 의사가 분노하거나 불쾌해하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고 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박 위원장은 이날 열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의대 교수들을 비난하려는 의도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내홍을 겪던 의협 비대위와 임현택 차기 회장 당선인 간 갈등은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 이날 임 당선인은 “비대위와 차기 집행부가 소통상의 문제가 있었다”며 “김택우 비대위원장과 충분한 소통 끝에 14만 의사 모두가 하나라는 컨센서스를 수립했다”고 말했다. 의협 비대위 측도 “의협을 중심으로 모든 의사가 뭉쳐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원점 재검토가 우리의 단일안”이라고 덧붙였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