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 이어 중국도 증시 띄우기 나섰다…큰손 외국인 선택은

중국 국무원·증감원, 새 방침 발표…"개인투자자 보호 강화"
상장 요건 강화하고 회계부정 기업 상폐 규정도 공개

일본은 이미 상장요건 강화·증시 3시장제 개편해
한국, 다음달 밸류업 가이드라인 발표
중국이 10년만에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증시 상장 요건을 강화하고 부적절 기업은 시장에서 속히 퇴출시도록 하는 게 골자다. 지난 수년간 증시 개편안을 추진해온 일본이 '역대급 증시 호황'을 누리고, 한국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좀비기업' 상장폐지 절차 개선 등을 추진하는 가운데 중국도 증시 체질개선에 속도를 붙이는 모양새다.

중국, 10년만에 자본시장 가이드라인 발표…'강세장 오나'

1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자국 증시에 대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다. 상장 요건을 강화하고 자본시장 전반에 대해 감독과 리스크 대비를 보완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중국 국무원이 자국 자본시장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낸 것은 2004년, 2014년 이후 이번이 세번째다. 각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마다 강세장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무원의 가이드라인 발표와 함께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의 세부방침 초안도 공개됐다.

중국 국무원은 5년 내에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위한 바탕을 마련하겠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2035년엔 '경쟁적이고 포용적인 자본시장'을 만들겠다는 설명이다.

국무원은 가이드라인에서 "금융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자본시장의 기능과 역할을 충분히 활용할 것"이라며 "자본시장의 '고품질 발전'을 추구한다"고 했다. '고품질 발전'은 중국 당국이 주로 신(新)산업 분야 목표를 언급할 때 주로 쓴 표현이다. 급속한 외연 팽창보다도 질적 성장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앞으로는 이같은 기조를 자본시장에도 적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개인투자자 보호 강조…초단타 매매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 시사

이번 조치는 중국이 증권당국 수장을 갈아치운지 약 두 달만에 나왔다. 중국은 지난 2월 자국 증시가 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자 '규제 전문가'로 꼽히는 우칭 주석을 증감회 수장으로 앉혔다. 시장 안팎에선 중국 당국이 증시에 본격 개입해 시장을 띄우고자 할 것으로 해석했다.

이날 중국 당국은 개인투자자 보호에 힘쓰겠다는 방침을 여러번 강조했다. 우 주석은 이날 "투자자, 특히 소액 투자자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보호할 것"이라며 개인 "종합적인 시장 감독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국무원과 CSRC는 증권사·펀드운용사 등 증시 관련 기관에 대해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 주문을 대량으로 넣을 수 있는 프로그램 트레이딩에 대해 감시 체계를 활성화하는 게 대표적이다. 중국 당국은 가이드라인을 통해 "초단타 거래 등 프로그램 트레이딩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것"이라며 "자본시장의 법치주의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로그램 트레이딩에 대해선 "시장 질서를 어지럽혀서는 안된다"고도 덧붙였다. CSRC는 고빈도 초단타 매매에 대해선 보고 요건을 강화하고 더 높은 거래 수수료를 적용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중국 당국은 올초 일부 기관이 개인투자자에 비해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누리고 있다며 데이터 기반 퀀트 펀드를 단속한 바 있다.

상장사 일부를 솎아낼 수 있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CSRC는 기업 상장시 영업이익과 순이익 요건을 기존보다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기업공개(IPO) 심사 중인 기업과 IPO 주관사 등 관련 중개 기관에 대한 현장 점검도 확대할 방침이다.

회계 부정을 저지른 기업을 퇴출하는 새로운 상장 폐지 규정도 공개했다. 대규모 분식회계 이후 홍콩서 청산 명령을 받은 헝다그룹,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가 회계부정이 발각돼 퇴출된 루이싱 커피 등 사례가 이어져 투자자들이 중국 기업에 자금을 잘 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규제를 강화해 시장 신뢰도를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체질 개선' 먼저 나선 日 증시는 고공행진

중국이 10년만에 자본시장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한중일 3국은 한동안 증시 체질 개선에 각각 열을 올리게 됐다.

일본거래소는 2022년 4월 증시 구조를 재편하면서 각 시장 상장 유지 요건을 강화했다. 1·2부, 마더스, 재스닥으로 구성했던 기존 4시장제에서 3시장제(프라임, 스탠다드, 그로스)로 바꾸고 유통주식 기준 주식수·시가총액, 일평균 거래대금 등을 상장유지 기준으로 제시했다. 새 상장유지 조건은 일부 유예 기간을 거쳐 2025년 3월부터 적용된다.

일본은 기업들이 스스로 가치 제고안을 만들어 실행하게 하는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 실현 이니셔티브(일본판 밸류업)'도 운영하고 있다. 이같은 조치에 힘입어 니케이225 지수는 올들어 18.73%, 지난 1년간은 40.37% 올랐다.

한국은 다음달 '밸류업' 가이드라인 공개…"증시 체질개선 경쟁 치열할 것"

한국 당국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증시 활성화 방안을 여럿 추진하고 있다. 다음달 중엔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 최종안을 공개한다. 제대로 사업을 하지 못하고 상장만 유지하는 ‘좀비 기업'은 집중단속하고, 상장폐지가 기존 대비 더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할 방침이다. 좀비기업에 가고 있는 투자금을 정상적인 기업으로 향할 수 있도록 해 증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한중일이 증시 활성화 방침을 강화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을 둔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보통 외국인 기관투자가 등 큰손들은 한국만을 보는 게 아니라 아시아 신흥국 시장을 한꺼번에 보면서 국가별 우선 순위를 정한다"며 "증시 체질 개선 레이스에서 밀리면 그만큼 한국에 유입될 수 있었던 투자금이 중국이나 일본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