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우주와 시공간의 세계를 그나마 쉽게 여행하고 싶다면 [서평]

시간과 우주를 다룬 교양 물리학책 3권
왜 공간은 3차원, 시간은 1차원일까
Getty Images
시공간, 다중우주 같은 매혹적인 단어에 이끌려 우리는 교양 물리학책을 집어 든다. 문제는 ‘쉽다’는 이들 대중서마저 일반인이 읽기에 그리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시간은 되돌릴 수 있을까>는 보기 드물게 정말 쉬운 책이다.

책을 쓴 다카미즈 유이치는 일본 쓰쿠바대 계산과학연구센터에서 일하는 물리학자다. 약 10년 전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공부할 때 스티븐 호킹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그래서 ‘스티븐 호킹의 마지막 제자에게 듣는 교양 물리학 수업’이란 부제가 책에 붙었다. 시간을 주제로 상대성이론부터 양자역학, 열역학, 초끈이론, 루프 양자중력 이론 등의 주장을 살펴본다.
시간은 거꾸로도 흐를 수 있을까. 저자는 이런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뉴턴의 고전물리학은 시간의 방향을 정해놓지 않았다. 하늘 위로 던진 공의 궤적을 어느 방향으로 돌려도 방정식은 문제가 없다.

여기에 제동을 건 사람이 앨버트 아인슈타인이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통해 ‘원인과 결과의 관계는 광속 범위 내로 한정된다’고 했다. 이는 과거와 현재의 순서를 바꿀 수 없다는 의미로 이어진다.

그런데 우주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기이하다. 양자역학이 밝힌 세상의 모습이 그랬다. 양자역학은 미래가 인과율이 아니라 무작위적 확률을 따른다고 봤다. 그렇다면 시간을 되돌리는 건 가능할까. 열역학의 엔트로피 개념이 또 장애물로 등장한다. 차원도 물리학에서 자주 나오는 개념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시간이 1차원, 공간이 3차원이다. 저자는 다른 차원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안정적인 세상이 바로 3차원 공간에 시간이 1차원인 세상이라고 말한다.

공간이 1차 혹은 2차원인 세상은 지적 생명체가 탄생할 수 없다. 평면만으론 복잡한 회로나 생명체 구조를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4차원이 되면 공간이 불안정해진다. 행성이 조금이라도 궤도 바깥으로 나가면 중력이 지나치게 약해지는 식이다.

시간도 2차원 혹은 3차원이 될 수 있다. 2차원 평면상에서 시간은 원을 그리며 원래 위치로 돌아갈 수도 있다. 과거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만큼 세상이 뒤죽박줄될 수 있다. 저자는 시간의 차원이 더 있더라도 아주 미미해 물리적으로 보이지 않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한다.
<시간의 물리학>과 <상자 속 우주>도 최근 출간된 대중 과학서다. <시간의 물리학>은 케임브리지에서 천체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전업 과학 작가가 쓴 책이다. SF 소설과 영화 속 시간 여행이 가능한지 차근차근 살펴본다. <시간은 되돌릴 수 있을까>와 같이 보면 좋을 책이다.

<상자 속 우주>는 ‘우주 시뮬레이션’을 다룬 색다른 책이다. 컴퓨터 안에 초소형 우주를 만들고 일련의 법칙을 부여한 뒤 실행 버튼을 누르면 작고 네모난 화면 속 우주실험실이 열리고, 그 순간 우주의 비밀이 눈앞에 펼쳐진다. 우리는 이제 입자에 대해, 그리고 이를 아우르는 힘에 대해 알고 있지만 우주적 스케일에서 여러 요소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모른다. 우주 시뮬레이션은 이를 밝히기 위한 작업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자체가 거대한 시뮬레이션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대한 이야기도 담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