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일 대화 제안에…"尹·전공의 조만간 만날 듯"

尹 "의제 제한 없이 논의"

전공의 내부선 의견 '분분'
"대화 나서지 말아야" 우세 속
"밀실 합의 안돼…생중계 해야"

의협 "尹·전공의 만남 환영"
대화 성사 가능성에 긍정 평가
교수들 "젊은의사 책임감 필요"
< 전공의 떠난지 44일째…한산한 대형병원 >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 지 44일째인 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로비에 환자용 휠체어가 늘어서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전공의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임대철 기자
의사 집단행동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연일 유화 제스처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환자 곁을 떠난 전공의들은 아직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공의들은 사태 초기부터 ‘시간 끌면 이긴다’는 전략을 고수해왔다. 다만 의료계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대화를 제의하며 진정성을 보인 만큼 전공의들도 결국 응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의제·장소 상관없다” 다 내려놓은 정부

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정부는 집단사직 사태 해결을 위해 전공의들과 시간, 장소, 참석자, 대화 주제에 상관없이 모든 사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윤 대통령은 의료계에서 합리적 단일안을 가져오면 의대 정원까지도 논의하겠다는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2일엔 전공의들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입장을 전했다. 연일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윤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 환영 입장을 밝혔다. 전공의 비상대책위원회와 매일 회의하고 있다고 밝힌 의협 측은 윤 대통령과 전공의 간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어렵게 성사되는 만남이 의미 있는 만남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생중계 이뤄져야” 요구도

대화 성사를 위해 정부는 물론 의료계 내부에서도 물밑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이르면 4일이란 구체적인 날짜도 거론됐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중심으로 일부 전공의가 대화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공의들 사이에선 대화의 조건도 거론되고 있다. ‘밀실 합의’가 아니라 ‘생중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 등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도 대통령과 전공의 간 대화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공의들 사이에선 여전히 ‘대화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사직 전공의 A씨는 “전공의 나이가 대부분 30대 초반인데 이용당할 여지가 있다”며 “증원 철회 주장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데 (대통령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104세 노교수 “의대 교수에 실망”

강경한 의사 사회 분위기 탓에 유화적 메시지를 내면 비난 대상이 되는 것도 문제다. 전날 대통령과 전공의 간 대화를 제의한 조윤정 전국의대교수협의회 언론홍보위원장은 하루 만에 사의를 밝혔다. 그는 “(전날 발표 후) 전의교협 입장이 곤란해져 사퇴 제안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의료계 안팎에선 전공의들이 책임감 있게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정부가 연일 유화적 메시지를 전하면서 사태 해결의 공은 이미 전공의들에게 넘어갔기 때문이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나도 교수지만,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만류하기는커녕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집단으로 동조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실망스럽다”고 했다. 1920년생인 김 교수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이런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교수들이 수차례 전공의들과 만남의 기회를 마련하고 설명하려 했지만 듣지 않는다”며 “사회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기본적인 책임이 있고 이런 부분에 젊은 의사들도 예외일 순 없다”고 했다.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멈춰 달라는 의사들의 주장은 이날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수험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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