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2배' 美의사보다 연봉 높은 韓 '비급여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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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의사 소득 비교해보니한국 의사들의 평균 임금이 1인당 국민총소득이 한국의 2배인 미국 의사들의 8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간호사 등 다른 직군의 평균 임금이 미국의 동일 직군과 비교해 절반 수준인 것과 대조된다. 특히 안과, 정형외과 등 일부 국내 전공 의사는 같은 전공의 미국 의사보다도 높은 소득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안과의사 연봉, 韓 4억 vs 美 3억
韓 1인당 국민소득 美의 51%지만
韓의사 소득은 美의 80% 육박
의사 공급 부족이 1차적 원인
실손보험 등 비급여 개혁도 시급
韓 의사 소득 전체 근로자 6.2배
31일 한국경제신문이 한국의 보건의료 인력 실태 조사, 미국 고용부의 직업별 임금 통계 등을 분석한 결과 2020년 기준 한국 의사의 평균 임금은 2억3700만원이었다. 같은 해 미국 의사들의 평균 임금은 25만2480달러로, 해당 연도의 원·달러 환율 수준인 1200원을 적용하면 약 3억300만원이다. 한국 의사의 평균 임금은 미국 의사의 78% 수준이었다.한국 의사들의 임금은 한·미 간 국민소득 격차를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 기간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3040달러로 미국(6만4650달러)의 51.1%였다.
전체 근로자 기준으로 같은 해 한국 근로자의 임금은 미국의 55% 수준으로 양국 간 국민소득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간호사도 한국은 같은 해 평균 4745만원을 받아 미국 간호사가 받는 8만2750달러(약 9930만원)의 47% 수준이었다.한국 의사들의 임금은 의료 제도가 비슷한 일본 의사의 임금(1478만9000엔·약 1억4800만원)에 비해선 60% 높았다. 2020년 일본의 국민소득이 4만870달러로 한국보다 20%가량 높았는데 의사들의 임금은 한국이 더 많은 것이다.
안과·정형외과 소득 미국보다 높아
일부 한국 의사의 소득은 미국보다 높았다. 국내 전공과 중 가장 임금이 높은 안과는 평균 임금이 3억8900만원으로 미국 안과 의사(27만달러·약 3억2400만원)에 비해 120%에 달하는 소득을 올렸다. 임금 순위 2위인 정형외과는 3억7500만원으로 미국(30만6000달러·약 3억6700만원)의 102%에 달했다. 안과와 정형외과는 각각 비급여진료율(의원급)이 42.3%, 36%로 전공과 가운데 2~3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 과 외에 내과(79%)와 피부과(78%), 정신과(73%)도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았다.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다초점렌즈 시술 등 비급여 진료로 소득을 올리기 쉽고, 고난도·고위험 수술 부담은 작아 의사들이 몰리는 이른바 ‘피안성 정재영’(피부과·안과·성형외과·정형외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의 인기 이유가 국가 간 상대적인 소득으로도 입증된 셈이다.반면 질병의 원인 및 발생 과정을 분석하는 기초의학인 병리학 의사의 임금은 미국의 50%, 고위험·고난도 수술이 많은 흉부외과와 대표 기피과인 소아과는 각각 53%, 57%로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을 받았다.
이처럼 국내 의사들의 소득이 높은 1차적 원인으로는 의대 정원이 27년째 동결 중이어서 의사 공급이 부족한 점이 꼽힌다. 이로 인해 높은 소득이 의사 집단 내에서 관성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의대 정원 확대 등 의료개혁에 대한 강한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대 의사 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인력 부족 문제는 ‘분포’의 문제”라며 “정원을 늘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필요한 것은 ‘개혁’이 아니라 수가 인상 등 ‘투자’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의사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과잉 보상을 줄이고 전공 간 소득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선 의료개혁의 성공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다른 직역과의 소득이 균형을 찾지 않는 한 의대 정원 확대는 이공계 유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전공 간 소득 격차를 줄이지 않으면 인기과 쏠림 현상은 여전할 것이란 분석이다.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사 직역의 소득 불균형 문제는 정원 확대, 수가 인상 등 공급 측면만 건드려선 해결할 수 없다”며 “의료 이용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한 실손보험의 본인 부담률을 높이는 등 강력한 수요 조정 대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