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화가 뭐냐고? 영화 그레이트 뷰티에 그 답이 있다

[arte] 정대건의 소설처럼 영화읽기
영화 <그레이트 뷰티> 포스터 ©네이버 영화
영화가 시작되면 고요하고 정적인 로마의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진다. 가장 처음 보이는 건 ‘로마가 아니면 죽음을’이라는 문구, 로마의 풍경을 감상하다 현기증을 일으켜 쓰러져 죽는 일본 남자. 이 영화는 죽음에 대한 영화이다. 카메라는 밤의 로마로 넘어간다. 현란하고 상스러운 파티가 벌어지는데 주인공 젭의 65세 생일 파티다. 한 여성이 “생일 축하해, 젭. 생일 축하해, 로마!”라고 외치는데 젭은 곧 로마라는 도시를 상징하는 사람이다. 그는 콜로세움이 코앞에 보이는 고급 저택에 살면서 매일 향락을 즐긴다.

젭 감바르델라는 40년 전에 소설 한 편을 쓴 뒤로 다음 소설을 쓰지 않았다. 그런 그를 여전히 소설가라고 불러야 할지 의문이다. 그는 청년 시절에 쓴 소설이 대박 났는지 큰 상도 받고 로마 상류층 1%의 삶으로 편입되어 사교계의 왕으로 향락적인 생활을 즐기고 있다.
영화 <그레이트 뷰티> 스틸컷 ©네이버 영화
젭은 더 이상 작품을 쓰지 않고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그는 여러 사람을 인터뷰하며 위대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묻는다. “원치 않는 일에 낭비할 시간이 더는 없다”고 깨달은 나이 예순여섯. 젭은 어느 날 첫사랑의 부고 소식을 듣는다. 그에게 드리운 죽음의 기운이 더 가깝게 다가온다. 영화는 삶과 죽음, 아름다움에 대한 그의 사색을 따라간다. 이렇다 할 사건과 해결이랄 게 없는 플롯이다. 관객들은 그의 내면 여정을 따라가며 묻게 된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화양연화가 언제였던가 묻게 된다. 영화는 직접적으로 정답을 말하지 않는다.
영화 <그레이트 뷰티> 스틸컷 ©네이버 영화
영화의 배경인 로마 도시 전체가 유적지이자 영화를 위해 준비된 거대한 세트장 같다. 유영하는 듯한 카메라는 파울로 소렌티노 감독과 루카 비가지 촬영감독의 시그니처다. 성스럽게 들리는 합창단의 노랫소리와 대사 없이 보여 지는 이미지들은 탐미적이고 때로는 과잉이라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그레이트 뷰티>는 분명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다. 때로는 영화적 허용이라고 볼 수 있는 ‘마술적 리얼리즘’을 통해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선서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할리우드 상업영화 문법으로 만들어진 영화와 구별되어 사용되는 용어인 예술영화로서 ‘시네마’가 도대체 무엇이냐 묻는 이에게 자신 있게 이 영화를 표본으로 보여주고 싶다. /정대건 소설가·감독
영화 &lt;그레이트 뷰티&gt; 스틸컷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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