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서 만든 칩도 패키징 해주겠다"…인텔, 정반대 승부수

원스톱 아닌 개별 공정 서비스
유연성으로 고객 확보 나서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2024’에서 ‘1.4나노미터(㎚) 공정 도입’만큼이나 주목받은 발표 내용이 있다. 설계부터 테스트까지 반도체 생산 과정을 모듈처럼 나눠 고객사에 제공하는 ‘시스템스 파운드리’가 그렇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의 최신 노광장비(빛으로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장비)인 ‘하이 NA 극자외선(EUV)’을 활용한다는 점도 이목을 끌었다.

인텔은 이날 시스템스 파운드리라고 이름 붙인 파운드리 전략을 공개했다. 특징은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 패키징, 검사까지 전 과정을 모듈처럼 나누고 서비스별로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이다. 예컨대 TSMC에서 만든 칩이라도 후공정인 최첨단 패키징(여러 칩을 하나의 칩처럼 작동하게 하는 공정)과 테스트는 인텔이 수주하겠다는 것이다.인텔의 전략은 최근 파운드리 시장의 트렌드와는 다른 행보다. 현재 대세는 ‘턴키 서비스’다. TSMC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최첨단 패키징을 묶어 일괄 제공하고 있다. 인텔 관계자는 “최고 성능의 인공지능(AI) 칩을 만들려면 공정마다 최고 실력자들의 손을 거쳐야 한다”며 “고객사들이 각자의 입맛에 맞게 분야별로 다른 회사에 공정을 맡길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인텔이 세계 최초로 주문한 하이 NA EUV 노광장비도 이목을 끌었다. 인텔은 이 장비를 1.4㎚ 파운드리 공정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렌즈 개구수(빛을 모으는 능력의 단위)를 기존 EUV 장비의 0.33에서 0.55로 키운 것이 특징이다. 집광 능력이 높아지면 더 선명하고 얇은 회로를 그릴 수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작고 전력이 적게 드는 칩을 양산하려면 빛의 파장이 짧은 노광장비가 필수”라며 “하이 NA EUV를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향후 파운드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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